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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에서] 분노의 산, 불안의 계곡

    정우상

    발행일 : 2017.02.07 / 여론/독자 A3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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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이야 안희정 충남지사가 10~ 15% 지지율로 상승세지만 보름 전만 해도 3%에서 턱걸이를 하고 있었다. 그를 돕는다는 풍문이 도는 노무현 정부의 한 핵심 인사에게 물어봤다. 노무현 정부 때 격렬한 이념 갈등의 중심에 있던 사람이었다. 그는 지금 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다.

    "글쎄,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소위 '식자(識者)'들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주변에서 안희정 얘기 많이 하네. 대부분 박근혜 대통령에게 분노하면서도 야당에는 여전히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지. 그런 인식이 확산하면 안희정이 해볼 만한 거고 안 되면 실패하겠지."

    당시 안 지사는 '촛불'의 기세를 타고 '국가 대청소'와 '적폐 청산'을 외치던 문재인 전 대표와는 다른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만 해도 그렇다. 두 사람 모두 기본적으로 사드 배치를 잘못된 결정으로 본다. 그런데 문 전 대표는 "재검토하겠다"고 했고, 안 지사는 "장기 돌처럼 물릴 순 없다"고 했다. 문 전 대표 측에 "집권하면 배치를 취소할 거냐"고 물으면 "한·미 동맹 차원에서 추진된 일을 쉽게 취소할 순 없다"고 했지만 문 전 대표 입을 통해 그런 이야기를 듣지는 못했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을 놓고 두 사람 모두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했다. 그러나 문 전 대표는 "민심과 동떨어진 결정"이라고 했고, 안 지사는 "돈이 많든 적든 방어권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했다. '분노한 시민'의 환호와 야유가 어떤 방향으로 향할지는 뻔하다. 문 전 대표 지지율은 20%의 벽을 뚫고 30%대 성층권에 진입했고, "대중의 분노로 작두를 타면 폭력의 시대가 된다"던 안 지사의 지지율은 3% 주변을 맴돌았다.

    다시 노무현 정부 인사의 이야기다. "나도 이제 나이가 들다 보니까 자꾸 보수적으로 바뀌는 걸까. 지금은 분노의 정서가 압도적이지만 곧 불안의 시기가 오지 않겠나(…) 분노의 시기에는 노선이 확실해 보이는 문재인씨가 유리하겠지. 그러나 그다음 닥쳐올 불안의 시기에는 안희정이 주목받을 테니 두고 보라고. 아, 그리고 말이야. 불안이 커질수록 보수층도 다시 뭉칠 거야."

    거리에선 주말마다 '촛불'과 '태극기'가 충돌한다. 양측 모두 '분노'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대선 주자들의 지지율에는 그가 말했던 앞으로 닥쳐올 불안의 정서가 조금씩 반영되고 있다. 안 지사는 2위권으로 올랐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주변에 불안감을 느끼는 보수층이 뭉치고 있다.

    지금은 아마 '분노의 산' 8부 능선쯤에 있는 것 같다. 헌법재판소는 곧 탄핵에 대해 결론을 낼 것이다. 탄핵 심판 이후에 또 한 번 분노의 소용돌이가 칠지, 불안의 안개가 덮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분노의 산이 높을수록 불안의 계곡도 깊다는 것이다. 2017년 대선은 분노의 정점에서 불안의 계곡으로 내려가는 그 중간 어디에서 치러질 것이다.

    기고자 : 정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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