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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대 서면 천국에 있는 기분… 콧노래가 절로"

세계적 지휘자 엘리아후 인발… 3월 한국서 말러 연주
    김경은

    발행일 : 2017.02.07 / 문화 A2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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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13일 롯데콘서트홀. 서울시향의 올해 첫 정기 공연 중 몇몇 청중은 무대 위에서 들려오는 콧노래에 귀가 솔깃해졌다. 누군가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의 우수 어린 선율을 따라 흥얼거리는 읊조림이었다. "맞아요. 범인은 나예요. 지휘대에만 서면 마음에 불꽃이 이는 듯해서 나도 모르게 콧노래가 나와요." 공연 후 서울 광화문 한 호텔에서 만난 지휘자 엘리아후 인발(81)이 아이처럼 웃으며 말했다.

    이스라엘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 인발은 예루살렘 음악학교에서 바이올린과 작곡을 배웠다. 청년 시절 군 복무를 하면서 군대 오케스트라의 악장 겸 부지휘자로 활약하다가 당시 이스라엘 필하모닉을 지휘하러 온 레너드 번스타인 눈에 띄어 프랑스로 유학 갔다. 파리음악원에서 조르주 첼리비다케와 프랑코 페라라에게 지휘를 배우며 1963년 귀도 칸텔리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 2년 뒤 런던 필하모닉을 이끌며 데뷔했다. 1980년대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 수석지휘자로 말러 교향곡 전곡 음반(데논)을 녹음하며 강인한 사운드, 세밀한 묘사에 탁월한 '말러 스페셜리스트'로 명성을 쌓았다.

    그런 그가 최근 1년 새 우리나라를 네 번이나 찾게 됐다. 서울시향에 이어 다음 달 24일 예술의전당에서 전매특허인 말러 교향곡 5번과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협연 김혜진)을 지휘한다. 1952년 창설한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함께다.

    인발의 지휘는 굵직하면서도 섬세하다. "네 살 때부터 유대교 회당인 시나고그에서 합창단의 보이 소프라노로 활동했어요. 그때 익힌 종교음악이 중동 아랍음악 같은 스타일이었어요. 장조와 단조 외에도 12음계 사이에 온음을 4분의 1로 쪼갠 음('도'와 '도#' 사이에 있는 음)들이 자잘하게 껴 있어 색채와 음정을 좀 더 다채롭게 흡수할 수 있었죠. 바르토크와 블로흐 작품에도 그 음이 나오는데 일반 클래식엔 드물어 사람들이 잘 몰라요." 그는 "말러는 자신의 교향곡이 이 세상 전부(whole world), 인간의 모든 감정을 담고 있다고 했다"며 "앞날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두려움, 희망, 갈등, 절망 등 우리 마음에서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다스려주기 때문에 들을수록 새롭다"고 했다.

    50년 넘게 빈 필, 베를린 필, LSO 등 이름난 악단을 이끈 그에게 지휘는 기쁨 그 자체다. "한 번도 긴장한 적 없어요. 야사 하이페츠, 다비트 오이스트라흐 같은 명(名)연주자들도 무대 뒤에선 벌벌 떠는데 지휘자까지 얼어 있으면 통제가 안 되거든."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그가 꼽은 비결은 '명상'이었다. "호흡을 가다듬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잡념들을 정화하다 보면 텅 빈 상태로 음악을 대할 수 있게 된다. 그때 진짜 음악이 나온다"고 했다. 오케스트라마다 리허설 횟수는 달라진다. "특급 교향악단은 리허설을 세 번만 해도 충분하지만 나머지 악단들은 그 두 배를 해야 원하는 소리를 얻을 수 있죠."

    인발은 "무대에 서면 천국에 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고 했다. 감각이 무뎌진 듯하면 아기의 얼굴을 들여다본단다. "엄마 품에 안긴 아기의 눈을 보면 창조의 기적, 그리고 한없이 맑은 영혼이 보이니까요." 여든을 넘긴 지휘자는 "눈앞에 아기가 있다면 들려주고 싶다"며 모차르트 선율을 흥얼거렸다.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3월 24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599-5743

    기고자 : 김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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