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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事一言] 도깨비 퇴치법

    길해연

    발행일 : 2017.02.07 / 문화 A2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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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가다 도깨비를 만나면 등을 돌리고 도망치거나 도깨비 머리 쪽을 쳐다봐서는 절대로 안 된단다."

    할머니가 살던 마을에는 밤만 되면 도깨비가 나타난다고 했다. 밤새 도깨비랑 싸우다 간신히 도깨비를 넘어뜨리고 상처투성이가 돼 돌아왔다는 아저씨도 있었고, 도깨비가 등에 올라타고 놔주질 않아 논바닥을 구르다 간신히 떼어 놓고 달아났는데 날이 밝아 찾아보니 싸리 빗자루였더란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도깨비가 앞을 가로막고 씨름 한판 하자 하면, 그 자리에 똑바로 서서 이렇게 그놈의 발등 쪽을 쳐다보는 거야."

    할머니는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상대를 깔보는 눈빛을 직접 시범까지 보여 주셨다. "그놈 머리 쪽을 쳐다보면 몸뚱이가 집채만 해져서 절대로 이길 수가 없단다. 무조건 발 쪽을 봐야 해. 순식간에 개미처럼 쪼그라들어서 네가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녀석이 알아서 줄행랑을 치게 될 거야."

    밤길 나들이가 꺼려지던 때에 이런 훌륭한 싸움의 기술을 일러 주시다니, 메두사의 목을 벤 페르세우스의 청동방패만큼이나 막강한 무기를 얻은 것 같았다.

    "도깨비는 발등이 약한가 봐요?" "그게 아니라, 도깨비란 녀석은 사람이 생각하는 만큼의 크기를 가졌거든. 네가 위를 올려다본다는 것은 너보다 도깨비를 더 크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아래를 내려다본다는 것은…." 아하! 제법 영민했던 나는 할머니 말씀이 끝나기도 전 도깨비 퇴치법의 원리를 깨달을 수 있었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 기억 한구석에 있던 이 이야기를 끄집어내 자주 인용하곤 한다. 남들 앞에 서기를 두려워하거나 다른 사람의 평가 때문에 의기소침해지는 친구들을 만나면 도깨비 이야기를 들려준다. 두려움은 도깨비 같다고. 이상하고 변화무쌍해서 앞을 가로막고 위협하지만 사실은 별것 아니라고. 어쩌면 도깨비처럼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명심해야 할 것. "별것도 아닌 게!" 하는 마음으로 시선을 내리깔고 두려움을 얕잡아보라고. 위를 올려다보는 순간 두려움은 순식간에 커져서 너를 집어삼키게 될 것이므로!

    길해연·배우

    기고자 : 길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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