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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뿐 아니라 과외 시장에서도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란 말이 유행한다. 서울대 영어교육과의 한 학생이 주 2회 2시간씩 가르치고 월 30만원을 받는 데 비해, 같은 대학 컴퓨터공학과 재학생은 주 1회 2시간씩 코딩(컴퓨터 프로그래밍) 과외로 월 40만원을 받는다고 한다. 시간당 보수로 환산하면 둘의 차이는 거의 3배다. 디지털 시대의 수요 공급 격차가 이런 불평등을 낳는 구조적 원인이다. 교육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대학 재정 지원 사업을 벌인다. 인문대를 축소하고 공대를 늘리는 대학 구조 조정이 사업의 골자다. 이런 조처는 지금 당장의 학생들 취업을 위해선 필요하다. 하지만 인간다운 삶의 영위와 인류 문명의 미래를 위해서도 좋은 결과를 낳을 것인가? 인류의 삶은 개인의 삶보다 훨씬 더 큰 시공간적 지평 위에서 큰 그림으로 성찰해야 한다.

SF 영화가 그런 큰 그림을 보여주는 상상력의 실험실이다. 최근 개봉한 '컨택트'는 어느 날 갑자기 전 세계에 12개 셸(UFO)이 도착한 것으로 시작한다. 먼저 알아내야 하는 게 외계인들이 지구에 온 목적이다. 그들이 지구까지 올 정도면 인류보다 훨씬 뛰어난 존재임이 틀림없는데, 우선 그들이 적인지 친구인지부터 알아야 어떻게 대처할지를 결정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으로 언어학자와 물리학자를 한 명씩 선발한다. 두 사람이 첫 만남에서 나눈 대화가 인상적이다. 언어학자는 인류 문명의 초석은 언어라고 믿는 반면, 물리학자는 과학이라 말한다. 이게 바로 문과와 이과의 세계관 차이다.

과학자는 정복을 목표로 하지만, 언어학자는 소통을 추구한다. 과학자는 외계인과의 만남을 거듭하면서 결국 과학도 소통을 위한 언어임을 깨닫는다. 외계인이 지구에 온 목적은 한쪽의 손실이 다른 한쪽의 이득이 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논 제로섬 게임(non zero-sum game)'의 협력을 해야만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다. 이 메시지는 정치든 학문이든 세상만사 모든 것에 적용된다. '컨택트'의 원제는 'Arrival(도착)'이다. 이미 논 제로섬 게임을 해야 할 때에 이르렀다.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으로 싸울 게 아니라 공존하며 협력하는 소통이 이과와 문과는 물론 우리 사회 전반에 필요하다.

김기봉 경기대 사학과 교수 기고자 : 김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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