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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7년 2월 15일 서울 종로 기독교청년회관 대강당에서 신간회가 창립되었다. 올해로 90주년을 맞는다. 당시 발기인에는 조선일보 간부가 대거 참여하였다. 사장 이상재, 부사장 신석우, 발행인 안재홍, 편집인 백관수, 이사 최선익, 편집고문 이관용, 편집국장 한기악 등이다. 이날 간사도 35명 선출하였는데, 당시 민족주의 세력과 사회주의 세력의 엘리트들이었다.

일제는 이듬해 5월 9일자 조선일보 사설을 트집 잡아 필자 안재홍을 구속하고 조선일보를 9월 20일까지 정간시켰다. 이 같은 탄압으로 인해 단체로서의 신간회 생명은 4년으로 짧았으나 신간회가 펼쳐온 좌우합작, 근대주의, 철저항일의 유산은 오늘까지 우리를 이끌고 있다. 신간회는 전국에 120개 넘는 지회와 4만명 회원이 뭉친, 명실상부한 일제하 최대 인원이 참여한 독립운동의 구심체였다.

창립 무렵 신석우가 여기자 최은희에게 "많은 여성이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하자 최은희는 "여성들만으로 여성 신간회를 창립하고자 하니 도와 달라"고 했다. 신석우의 지원에 힘입어 최은희는 황신덕과 유영준 등 좌·우파 여성 엘리트들과 함께 1927년 4월 26일 발기인 총회를 열었다. 이어 6월 17일 기독교청년회관에서 근우회(槿友會) 발회식을 가졌다. 의장 김활란, 부의장 유각경 등 여성계 지도자들을 추대하고 재무 최은희, 교양 황신덕, 정치연구 유영준 등이 집행위원으로 활동하였다.

근우회는 활동 기금 마련을 위해 헝겊 단추를 만들어 앞쪽엔 '단결' 뒤쪽엔 '근우회'라는 스탬프를 찍었고, 어깨띠를 맨 회원들이 거리로 나가 "단추처럼 단결하세요" 하며 판매했다. 이렇게 조직을 키워 부녀운동과 민족운동을 전개했고, 조신성은 평양에 회관을 신축하였으며, 집행위원회는 기관지인 월간 '근우'를 발행하였다. 1929년 11월에는 근우회의 학생 간부 상당수가 광주학생운동에 동조해 수감되기도 했다. 1930년 신간회가 해산되고, 이어 근우회도 네 번째 정기대회 개최에 실패하면서 이후 해산되었으니 안타깝다.

근우회는 우리나라 좌우 협력의 역사는 물론 여성사 자체에도 길이 남을 조직이다. 그 정신을 계승하면 현재 심화되고 있는 진보와 보수의 갈등을 푸는 데도 도움 될 것이다. 이런 뜻에서 해마다 열리는 신간회 기념행사 때 근우회 기념식도 함께하면 어떨까 한다.

이달순 '헬로! 스포츠' 발행인 기고자 : 이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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