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종이신문보기
생각을 바꿔야 한다. 실직의 아픔을 생각하면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다. 환경과 안전에 큰 영향이 없다면 모든 경제활동을 허용해야 한다. 선진국과 중국에서 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두를 자유롭게 그리고 신속하게 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일자리가 늘어나고 저성장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대신 어려운 사람은 사회 안전망을 제대로 구축해 보호해주어야 한다. 예컨대 골목 상권 보호 대책으로 골목 상권은 보호되지 않는다. 규제로 어려운 사람을 보호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국민 모두가 어떤 경우에도 기본 생계가 가능하도록 사회 안전망을 구축해야 어려운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다.
사회 안전망을 제대로 구축하면서 경제활동을 자유화해야 일자리, 저성장, 소비 절벽, 저출산, 복지 등의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 감사원은 일하는 공무원을 제재할 게 아니라 경제활동을 허용해주지 않는 공무원, 규제 완화와 민원 처리에 소극적인 공무원을 제재해야 한다. 일자리를 나누거나 공공 분야 일자리를 만드는 방법은 하책(下策)이다. 새로운 경제활동이 없으니 부가가치가 창출되지 않고 저성장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미 있는 사회 안전망 구축에는 돈이 많이 든다. 그 돈을 마련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조세 부담률 19.5%는 OECD 평균 수준(26.5%)보다 상당히 낮다. 조세 부담률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높이면서 경제개발비 등의 예산을 줄이면 120조원 정도의 복지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이런 정도의 재원을 마련해야 의미 있는 사회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다.
합리적인 증세 방안은 먼저 개인소득세의 형평성을 높이는 것이다. 현재 연소득이 5억원이 넘으면 최고 세율이 적용된다. 그런데 수백억원 내지 수천억원 소득을 올려도 같은 세율이 적용된다. 불공평하다. 또한 현재는 각종 소득을 분리해 세금을 부과하고 일정 경우에만 종합과세를 한다. 근로소득, 이자소득, 배당소득, 임대소득, 양도소득, 상속소득 등 여러 가지 소득이 있지만 개인 입장에서 보면 다 똑같은 소득이다. IT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국세청은 납세자보다 납세자의 소득 정보를 더 잘 알고 있다. 세원 포착 측면에서도 분리해서 과세할 이유가 없다.
이런 측면에서 국민 모두에게 종합과세를 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개인별로 한 해 벌어들인 모든 소득을 더한다. 그리고 여기서 공제와 비용을 제외하고 남은 소득에 누진적인 과세를 하는 방법이다. 소득이 적은 경우 면세(免稅)해주거나 사회 안전망 프로그램과 연계해 국가의 지원 대상이 되도록 하고, 소득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미국도 1980년대 초까지는 최고 한계 세율이 거의 90%까지 올라갔었다.
개인소득세 개편을 통해 '소득이 있으면 세금을 내야 하는데 많으면 많을수록 높은 세율을 적용하고 적으면 면세 또는 국가 지원 대상이 된다'는 간단하고 명료한 메시지를 국민에게 주어야 한다. 그리고 개인소득세 개편과 함께 OECD 평균(19%)보다 훨씬 낮은 부가가치세율(현재 10%)을 상향 조정해서 필요한 복지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개인소득세 부분에서 투명하고 누진적인 과세가 이루어지면 부가세 조정은 보다 수월하게 추진할 수 있다. 부가세는 역진성이 있다고 하지만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하기 위한 것이므로 결과적으로는 저소득층에 큰 혜택이 돌아갈 것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법인세 인상이나 기본 소득제도 도입은 의미가 없다. 그것만으로는 의미 있는 사회 안전망을 구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진짜 일자리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경제 자유화와 함께 120조원 정도의 추가 복지 재원을 만들 생각을 해야 한다. 규제는 많고 사회 안전망은 취약한 나라를 규제는 없고 사회안전망은 튼튼한 나라로 바꿀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그래야 일자리가 늘어나고 경제가 도약한다. 다른 방법은 있을 수가 없다. 다 말장난이다.
변양호 前 재경부 금융정책실장 기고자 : 변양호
본문자수 : 2305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