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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깝' 살짝 벗고 입을 벌려 보세요, 아~."

레바논 유엔평화유지군에 파병된 동명부대 소속 간호장교 장소정(30) 대위가 앞에 앉은 무슬림 여성에게 바짝 다가가 진료를 시작했다.

지난달 17일(현지 시각) 레바논 남부 수르의 한 마을회관. '니깝'은 눈만 빼고 얼굴을 완전히 가리는 이슬람 여성용 의복의 일종이다. 무슬림 여성은 외출할 때 니깝이나 머리카락을 가리는 '히잡'을 쓸 정도로 외간 남성의 접근을 경계한다.

하지만 장 대위는 여성이기에 보다 수월하게 무슬림 여성 환자들을 진료했다. 동명부대는 내전(1975~1990년)과 이스라엘 전쟁(2006년)을 겪고 혼란에 빠진 레바논에 2007년 파병됐다. 정전(停戰)협정이 잘 유지되는지 감시하는 임무를 10년째 수행하고 있다. 현지 주민을 상대로 의료 서비스 등을 제공하며 공공 외교 활동도 한다.

장 대위는 환한 미소로 환자를 돌봤지만 오른쪽 허리에는 권총을 차고 있었다. 앉은 의자 바로 뒤편에는 방탄조끼와 방탄모를 놓아뒀다. 그는 "부대와 주민의 관계는 매우 좋지만 환자로 위장한 테러범이 침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주민에게 위화감을 주지 않으면서 방어 태세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2007년 한국 의무·공병부대가 파병돼 주둔한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기지에서는 테러범이 교육 수강자인 척하며 접근하다 자폭해 그를 맞이하려던 한국군 병사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작년에 방영한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의사 강모연 역을 맡은 송혜교씨를 보고선 여기저기서 '동명부대원도 한가한 시간에 맥주를 마시느냐'고 묻습니다. 꿈도 꿀 수 없는 일입니다. 일단 한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둔지가 이슬람권이라 삼겹살조차 먹기 어렵고 술은 반입되지 않습니다. 실제 파병부대 생활은 드라마와 좀 많이 다르지 말입니다(웃음)."

동명부대는 최근 의료·직업 훈련 활동 등 파병지에서 비군사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평화 유지를 위해선 '총'도 중요하지만 '사랑의 손길'로 주민의 마음을 얻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일반 간호사가 가지 못하는 곳에 가서, 일반 장교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하는 존재가 간호 장교입니다. 분쟁지인 레바논에 진정한 평화가 오는 데 조금이나마 이바지하자는 각오로 매일 아침 전투복을 입습니다." 그의 전투복 오른쪽 팔엔 유엔기, 왼쪽 팔엔 태극기가 달려 있었다.

기고자 : 노석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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