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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제2의 차범근, 박지성, 손흥민 나옵니다. 이 나이 때는 한번 불이 붙으면 끌 수 없어요. 신바람 나면 못 잡는 나이예요."

FIFA(국제축구연맹) 20세 이하 월드컵(이하 U-20 월드컵) 조직위원회 부위원장 차범근(64)의 말에는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마치 영화 개봉을 앞두고 홍보에 열을 올리는 주연 배우와 마주 앉아있는 듯했다. U-20 월드컵 개막(5월 20일)을 앞두고 차범근을 서울 종로 자택에서 만났다. 대한축구협회는 8일 대회 'D-100'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선수, 감독, 해설위원 이외의 그의 축구 경력은 한 단어로 정리된다. 바로 '청소년'이다. 그는 "차범근 축구교실과 차범근축구상의 연장선상에서 지난해 4월 U-20 월드컵 조직위 부위원장 자리를 받아들였다"고 했다.

왜 청소년일까. 이유를 묻자 차범근은 대뜸 독일 분데스리가 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사람들은 이해 못 할 겁니다. 하지만 정말입니다. (저는) 독일에서 뛰는 10년 내내 공포에 시달렸어요. '혹시 오늘 경기에서 빠지는 거 아닌가' 하는 그런 공포." 다른 사람도 아닌 차범근의 입에서 이 말이 나왔다. 차범근은 1978년부터 1989년까지 당시 최고였던 독일 분데스리가 308경기에 출전해 98골을 넣었고, 은퇴할 때 외국인 선수 최다 출장에 최다 골 기록을 세운 인물이다.

차범근은 공포의 근원이 어린 시절에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나만이 느끼는 뭔가 모를 공포는 저들(외국 선수들)처럼 어렸을 때부터 잔디에서 공을 갖고 놀며 경기를 하지 못해서 생긴 것, 공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져서 생겨난 것이었다"며 "한국 축구가 늘 '우물 안 개구리' '골 결정력 부족' 등의 비판을 듣는 이유도 여기 있었다"고 했다. 차범근이 은퇴 후 축구교실과 축구상을 만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차범근은 "큰 대회에 나갈 때마다 여론에 두드려 맞고 똑같은 비판을 듣는 데 자존심이 상해 (축구교실과 축구상을 만들기로) 결심했다"며 "내 사명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가 청소년에 관심을 둔 지 30년 가까이 흐르면서 한국 축구의 선수상은 실제 달라지고 있다. 차범근은 "우리 땐 늘 환경에 눌려 있으면서 살기 위한 생존의 축구를 했는데, 요즘은 즐기기 위해 축구한다"며 "자기들이 최고인 줄 알 만큼 자유분방한 분위기에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바르셀로나에 있는 이승우는 지금처럼만 잘 커 준다면 나보다 더 많은 골을 넣을 것 같다"고 했다.

차범근은 이번 U-20 월드컵이 침체된 한국 축구가 다시 일어서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나도 청소년대회를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며 "이번 대회에서 우리가 응원하고 분위기만 만들어주면 스타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선수는 훈련을 통해 준비하고 대회를 통해 도약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차범근은 U-20 월드컵 조직위 부위원장으로 전국을 돌며 '홍보 강행군'을 하고 있다. 환갑이 훌쩍 넘은 나이이지만, 체력적인 문제는 없다. 그의 아내 오은미씨가 입을 열었다. "새벽까지 유럽 축구를 생중계로 지켜보고, 무리하지 말라는데도 매일 2시간씩 운동을 해요. 대충 하는 게 아니고 땀을 뻘뻘 흘릴 정도로…. 두리(차범근의 첫째 아들·현재 국가대표팀 전력분석관)가 '아빠, 분데스리가 다시 가려나봐요'라고 농을 칠 정도라니까요." 차범근은 쑥스러워하며 말했다. "81㎏이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정도예요. 예전보다 허벅지가 얇아져서 두리 앞에선 바지 벗기도 창피한데요."

그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이렇게 말했다. "2002 월드컵에서 4강에 진출한 뒤 우리 선수들이 대거 유럽으로 갔어요. 한국에 좋은 선수 많습니다. 이번 U-20 월드컵도 마찬가지가 될 수 있습니다. 팬이 있어야 스타도 나옵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 2002년처럼 국민이 위로받고 힘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기고자 : 석남준 임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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