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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2호선에서 큰 화재가 발생한 지난달 22일, 나도 5호선에서 사고를 겪었다. 열차가 덜컹대며 멈추기를 몇 차례나 반복했다. 기관사는 별다른 안내 없이 그냥 운행하다가 결국 고장이라며 승객을 모두 하차시켰다. 그 15분간 열차엔 불안이 가득했다. 누군가는 내리게 해달라며 애원했고 누군가는 기관실을 걷어차며 욕설을 퍼부었다.

'폭삭 늙은' 지하철이 아주 많다. 철도안전법 제정 당시엔 차량 내구연한이 15년으로 규정됐으나 이후 25년, 30년, 40년으로 늘어나다 2014년 3월 19일 자로 아예 법령에서 삭제됐다. 문제가 생기면 부품만 갈아서 쓰는 양상이다. 이런 마당에 정비 인원은 15년간 20%가량 줄었고 정비 주기는 최근 1.5배 길게 조정됐다. 이유는 빤하다. 지하철을 교체하고 정비할 돈이 없기 때문이다.

돈을 확충하려면 수입을 늘리거나 비용을 효율화해야 한다. 하지만 둘 다 만만치 않다. 수입을 늘린다는 말은 요금을 올리고 무임승차를 줄인다는 뜻이다. 노년층 빈곤율마저 OECD 최상위인 나라에서 쉬울 리 없다. 지자체의 지원을 늘리는 것 또한 쉽지 않다. 돈이 부족한 건 매한가지이고 증세는 다들 기피하는 주제다.

비용 효율화도 난관이다. 지난해 구의역 사고를 복기해보자. 원청은 위험과 비용을 하청에 떠넘기며 본질적인 문제를 외면했고, 하청 내에서도 비용이 비효율적으로 분배됐다. 정비업체 은성PSD에는 정비 인력이 얼마 없었다. 서울메트로에서 퇴직한 이들로 상층부가 구성되며 역량 없는 중년 정규직에게 고액 임금을 지급하느라 돈을 다 썼기 때문이다. 정비 역량을 갖춘 이들은 혹독한 근무 환경에 내몰린 저임금 계약직 청년이었다. 이를 해결하려면 수명을 다한 연공 서열제를 손봐야 한다.

'늙은 지하철'은 현재 한국 사회 축소판이다. 생명줄을 쥐고 있는 주제가 가득하지만 통섭적 시각에서 논의되지는 않는다. 보수건 진보건, 노년층이건 청년층이건 자기 입맛에 맞는 것만 발췌해서 이야기한다. 서로 귀들을 좀 열면 좋으련만.

홍형진 소설가 기고자 : 홍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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