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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 9일 불이 난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원룸 건물에 20대 청년이 뛰어들어 갔다. 이 건물에 살던 청년은 불이 나자 먼저 피했다가 잠든 이웃들에게 화재를 알리기 위해 불 속에 다시 뛰어든 것이다. 그는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초인종을 눌렀고 덕분에 주민 모두가 무사히 대피했다. 그러나 자신은 화마(火魔)를 피하지 못하고 건물 4층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초인종 의인' 고(故) 안치범〈사진〉씨 이야기다.

이 같은 안씨의 희생정신을 기리자는 뜻에서 '안치범 소화기'가 마포구 1인 가구 청년 1500여명에게 전달된다. 사회적기업 '쉐어앤케어'와 화상 환자 지원단체 '베스티안재단'은 최근 마포구청과 협의해 오는 22일 기금 전달식을 열고 소화기를 배포하기로 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사업 아이디어는 황성진 쉐어앤케어 대표가 처음 냈다. 황 대표는 "다른 희생자가 없도록 사고를 예방하는 게 안씨의 의로운 행동을 기리는 최선의 추모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소방법상 원룸을 포함한 모든 주거 건물에 소화기가 의무적으로 비치되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고 이번 사업을 추진했다. 이 사업에 필요한 모금은 쉐어앤케어가 담당했다. 이 회사는 특정 캠페인을 페이스북에 공유하거나 그 글에 '좋아요'를 눌러 관심을 '기부'하면 캠페인 후원자가 그 횟수에 비례해 돈을 내는 방식으로 기부금을 모은다. 실제 기부금은 캠페인 후원자가 내지만, 소셜미디어 공유를 통해 캠페인 취지를 널리 알리겠다는 뜻이 담겼다. '안치범 소화기' 캠페인의 경우 일차적으로 안씨가 숨진 다음 날인 작년 9월 21일 시작돼 16일 만에 1000만원을 모았다. 작년 10월 중순에 시작된 2차 캠페인에서도 3개월 만에 목표액 1000만원을 달성했다. 6000여명이 "숭고한 희생정신을 잊지 말자" "의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자"는 등 댓글을 달며 캠페인을 공유했다.

안씨 누나도 작년 10월 "동생 이름으로 의미 있는 캠페인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꼭 성공하기를 희망합니다"라며 공유에 동참했다. 약 7만명이 이 캠페인에 '좋아요'를 눌렀다.

이렇게 모인 2000만원으로 제작될 안치범 소화기에는 '안치범 의인님, 잊지 않겠습니다(가안)'라는 문구가 새겨질 예정이다. 안씨의 부친 안광명(63)씨는 "아들이 비록 짧은 생을 살았지만, 주위 사람들을 도우려고 의로운 행동을 하고 갔다는 사실을 많은 이가 기억해줘서 너무나 감사하다"며 "안치범 소화기가 또래 청년들에게 타인을 돕고 희생하는 정신을 떠올리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