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서울행정법원이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월성원전 1호기〈사진〉 수명 연장 결정을 취소하라고 판결하면서 국내 원전 운용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수명 연장은 처음에 허가를 내줄 때 정한 30~40년간의 운전을 마친 원전에 대해 10년간 더 가동을 하도록 하는 조치다. 원전 운영사 한국수력원자력은 저렴한 전기 공급을 위해서는 원전의 수명 연장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지만, 이번 법원 결정을 계기로 원전의 안전성 기준이 대폭 강화되면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야당이 다음 정권을 잡으면 원전 규제 기관인 원안위 위원이 대부분 반(反)원전 인사로 채워질 가능성이 커 수명 연장 논의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호제훈 부장판사)가 7일 수명 연장을 반대한 주민 측 손을 들어준 이유는 크게 절차상 문제와 기술적 문제로 나눌 수 있다. 절차상 문제는 원안위가 수명 연장 심의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원자력안전법령이 요구하는 첫 원전 허가와 수명 연장 때 허가 사항을 비교하는 서류가 제출되지 않았고, 허가 사항을 원안위 과장이 전결로 처리하는 등 적절한 심의·의결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절차상 문제는 추후 원안위가 보완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기술적인 문제는 다르다. 법원은 월성2호기에 적용된 최신 안전 기술이 1호기에는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을 수명 연장 취소 판결의 이유로 적시했다. 간단히 말해 수명을 연장해도 될 만큼 안전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는 말이다.

월성1호기는 국내 다른 원전과 달리 원전을 가동하는 도중에도 수시로 연료를 교체하는 캐나다 가압 중수로 원전으로 캐나다에서 수입했다. 국내 원전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수로 원전은 가동을 중단한 채 연료 전체를 한 번에 교체한다. 원고인 주민들은 같은 원전을 가진 캐나다의 안전 기준에 따르면 연료 교체 시 원전을 폐쇄하기 위한 수문(水門)이 있어야 하는데 월성1호기에는 수문이 없다며 수명 연장을 반대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수명 연장 논의 당시 원전 전문가들이 수문 문제를 수차례 지적했지만 원안위 산하 원자력안전기술원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 넘어갔다"며 "지금이라도 원전을 멈추고 수문을 보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단 원안위는 원전 가동 중단이나 추가 안전 조치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원안위는 "계속 운전을 위한 운영 변경 허가에 문제가 없었다는 게 공식적인 입장"이라며 "법원 결정을 수용할 수 없으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법적으로도 항소심 결정이 나오기까지 계속 가동할 수 있다. 한수원은 원안위 지침을 따르겠다고 했다.

산업통산자원부는 "만에 하나 월성1호기 가동을 중단해도 전력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월성1호기는 설비 용량 67만9000㎾로, 국내 원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100만㎾급 경수로보다 규모가 작다. 하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면 원안위가 지금의 입장을 고수하기 어렵다. 원안위는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당연직인 위원장과 사무처장이 상임위원이고, 나머지는 정부 측 추천 인사 3명과 국회 추천 인사 4명 등 7명의 비상임위원으로 구성된다. 정치적인 입장에 따라 원안위의 결정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월성1호기(2022년 종료)는 물론, 2023년 수명이 끝나는 고리2호기, 고리3호기(2024년), 고리4호기·한빛1호기(2025년), 월성 2호기·한빛 2호기(2026년)의 수명 연장도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표] 10년 안에 설계수명 끝나는 원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