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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구제역 예방을 위해 연간 500억원대 예산을 들여 소·돼지에게 백신을 맞히고 있지만 허술한 사후 관리와 축산 농가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탓에 헛돈을 쓰고 있다. 정부는 소의 구제역 항체 형성률을 95.6%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번에 구제역이 발생한 농장의 경우 5%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7일 농림축산식품부는 구제역 확진 판정이 나온 전북 정읍의 농장에서 키우는 소 20마리를 검사한 결과 한 마리에서만 구제역 항체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항체 형성률이 5%에 그친 것이다.

확진 판정이 나온 충북 보은의 농장과 인접한 농가 두 곳에서 젖소 20마리를 검사한 결과에서도 6마리에만 항체(항체 형성률 30%)가 있었다.

소의 항체 형성률이 서류상 수치인 95.6%보다 훨씬 낮은 이유는 백신 접종이 축산 농가에 맡겨져 있고, 방역 당국의 사후 점검도 부실해 서류상 수치와 실제 백신 접종률 간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방역 당국은 전국 소 사육 농가의 10%를 표본으로 뽑고 표본 농가당 소 한 마리에 대해서만 구제역 항체 형성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표본에서 제외된 나머지 90% 농가에 대해선 백신을 맞았는지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구제역 발생 빈도가 높았던 돼지에 대해서는 모든 농가에서 매년 검사를 실시했지만 소는 허술하게 관리하다가 이번에 화를 불렀다.

살처분한 소·돼지에 대해 시가의 80%를 보상해주는 보상제도도 축산 농가들의 모럴 해저드를 조장, 구제역 방역 체계를 무력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비용이 많이 들고, 주사 놓기가 까다롭다는 이유로 백신 접종을 안 하는 도덕적 해이가 있다"며 "살처분하면 정부에서 주는 보상금이 있어서 예방 활동을 게을리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기사 A8면 기고자 : 손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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