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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부산 어느 식당에 구직자 스무 명이 모였다. 일종의 취업설명회였다. 그런데 회사가 아니라 부산항운노조 전(前) 작업반장이란 사람이 나섰다. "퇴사한 노조원 자리에 들어가려면 자리 값이 필요해." 구직자들은 1인당 1000만~3500만원씩을 건넸다. 정식으로 취업한 사람은 없었다. 누군가 항의하면 그는 다른 구직자에게서 받은 돈을 주는 '돌려막기'를 하다 지난해 구속됐다. 부산항운노조는 간부들 취업·인사 비리로 2005년 자정(自淨) 선언을 했지만 10년이 지나도 달라진 게 없었다.

▶외국에도 노조 간부들 비리는 있다. '원칙 경영'으로 유명한 독일에서도 2005년 폴크스바겐 임원이 노조 간부들에게 호화 해외여행을 시켜주고 접대부까지 붙여준 사실이 드러났다. 경영진은 검찰 조사를 받았고 노조위원장은 사퇴했다. 하지만 선진국에서 노조 간부가 채용 비리를 저지른 경우는 거의 없다. 우리만 이런 일이 벌어진다. 현대·기아차 같은 대기업부터 버스 회사 노조에 이르기까지 기업 규모도 가리지 않는다. '한국병(病)'인 셈이다. 

▶그 병이 또 도졌다. 한국GM 노조 간부와 회사 임직원 31명이 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을 상대로 '정규직 채용 장사'를 하다 검찰에 적발됐다. 전·현직 노조 간부는 1인당 2000만~7500만원씩 뒷돈을 받았고, 이들로부터 명단을 건네받은 회사 임원은 성적을 조작했다. "노조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2012~2016년 정규직 합격자 346명 중 123명(35%)을 이렇게 뽑았다. 정규직 자리가 사고파는 매물이 돼버린 것이다.

▶협력업체 직원들은 뒷돈을 마련하느라 노모 집을 담보로 대출받거나 친·인척에게 돈을 빌렸다. 이들로부터 돈을 받고 납품 비리까지 저지른 전 노조 지부장 집 화장실 천장에선 4억원 현금 뭉치가 발견됐다. 노조 간부로 활동하는 동생을 등에 업고 채용 브로커로 나선 이도 있었다. 마치 노조 채용 비리의 '종합판' 같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건 기업이 노조 눈치를 보는 데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가 너무 벌어져 있기 때문이다. 2015년 기준으로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비정규직 간 시간당 임금 격차는 100대 35다. 1000명 이상 대기업의 35%가 단체협약에 자녀 우선·특별 채용 조항을 두고 있다. 노동운동 목적은 힘없고 가난한 근로자들을 보호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정규직 채용을 무기로 노조가 힘없고 가난한 근로자들의 돈을 뜯었다. 대기업 노조가 '귀족'이 된 지 오래지만 이제 명실상부한 '권력'으로 등극했다.

기고자 : 최원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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