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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대한 항고심이 7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제9연방항소법원에서 열렸다. 공판은 합의부 판사 3명이 각각 캘리포니아주(州) 새너제이, 애리조나주 피닉스, 하와이주 호놀룰루에 머물며 전화 통화로 심리를 벌이는 콘퍼런스 콜 형태로 진행됐다.

중동·아프리카 이슬람 7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일시 제한한 반이민 행정명령을 중지시켜 달라는 소송을 내 1심에서 승리한 워싱턴·미네소타주와 이에 항고한 연방정부가 행정명령의 위헌 여부, 7국 국민의 미국 안보 위협에 대한 근거, 종교 차별 논란 등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연방정부 측 어거스트 플렌지 변호사는 "행정명령은 의회로부터 부여받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 했고, 워싱턴주 노아 퍼셀 법무차관은 "이슬람을 차별하는 위헌적 조치"라고 반박했다.

윌리엄 캔비 주니어, 리처드 클리프턴, 미셸 프리들랜드 등 연방 판사 3명은 양측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질문은 주로 플렌지 대리인에게 몰렸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임명한 프리들랜드 판사는 플렌지 대리인에게 "이 7국을 테러와 연결할 증거가 없지 않냐"며 신빙성 있는 증거 제출을 요구했다. 조지 W 부시(공화) 전 대통령이 임명한 클리프턴 판사는 "이런 행정명령이 필요하다고 우리가 믿게 만들 진짜 위험이 있는가?"라고 물었고, 플렌지 대리인은 "대통령은 진짜 위험이 존재한다고 결정을 내렸다"고 답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날 분위기가 연방정부 측에 우호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진영에 곤란한 질문들이 이어졌다"고 했고, 로이터는 "판사들이 정부 측을 압박했다"고 했다. 법원 대변인은 "이번 주 안에 결정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날 하원 국토안보위 청문회에 출석해 "(행정명령의) 시행을 약간 늦췄어야 했다. 그래야 의원들과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미리 얘기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모든 게 내 책임"이라고 했다. 의회에 충분한 설명 없이 갑자기 시행한 데 대한 사과였다. 트럼프 진영이 사법부와 의회 달래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왔다.

기고자 : 김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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