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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에서 네 번째 올림픽을 맞는 '빙속 장거리 황제' 스벤 크라머르(31·네덜란드)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해 새로 지어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 대해 "그동안 토리노, 밴쿠버, 소치올림픽 경기장을 경험해봤지만 강릉은 대회가 1년이나 남았는데도 단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마음에 쏙 든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평창올림픽 테스트 이벤트로 치러지는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9~12일) 출전을 위해 방한한 그를 7일 오후 강원도 동해시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지난 세 차례 올림픽에서 메달만 7개(금 3, 은 2, 동 2)를 목에 건 크라머르는 "강릉 경기장이 세계 기록이 가장 많이 나온다는 캐나다 '캘거리 오발(해발 1105m)'이나 미국 '유타 오발(해발 1425m)'과 비교해도 손색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릉의 해발 고도(30.6m)가 낮은 탓에 세계 기록이 나오긴 어려울 것이라 전망했다. 경기장 해발 고도가 높을수록 기압이 떨어지면서 공기 저항이 약해져 더 빠르게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환경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강릉은 '세계에서 가장 정직한 경기장'으로 올림픽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했다.
크라머르는 올림픽을 개최하는 강원도의 장점 중 하나로 빼어난 자연경관을 꼽았다. 그는 "동해 해안 도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다 보면 바다와 산이 만들어 내는 풍광에 빠져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린다"고 했다. 지난달 30일 입국해 훈련 중인 그는 근력과 지구력을 단련하기 위해 하루 2시간씩 자전거를 탄다. 그는 "한국에선 24시간 문을 여는 편의점이 많은데 안 파는 물건이 없어 외국에 왔다는 불편함도 거의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경기장 시설이나 주변 환경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하던 크라머르는 숙소 문제에 대해선 아쉬움을 표했다.
"처음에 배정받은 숙소가 삼척이었는데 강릉 경기장까진 1시간 10분이 넘게 걸려 그보다는 가까운 동해시의 한 관광호텔로 바꿨어요. 그래도 50분 넘게 소요됐어요. 선수들이야 올림픽 때 경기장과 가까운 선수촌에서 생활하면 되지만, 한국을 찾아오는 외국 관광객들이 많이 불편할 것 같은데요?"
'빙속 여제' 이상화(28)가 평창에서 여자 500m 올림픽 3연속 제패를 노리듯 크라머르는 남자 5000m에서 3연속 정상에 도전한다. 크라머르는 가장 좋아하는 한국 선수로 이상화를 꼽으면서 "나처럼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한다는 동질감도 있지만, 무엇보다 작은 체구에서 폭발적으로 에너지를 뿜어내며 질주하는 모습이 매력적"이라고 했다.
그는 "고질적인 무릎 부상을 관리하며 정상급 성적을 내는 걸 보면 존경스러울 정도"라고 했다. 크라머르는 이상화가 강릉에 도착한 날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우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어로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며 한국 팬들과 소통하는 걸 즐긴다. 지난달 입국 직후 '한국에 다시 와서 기쁘네요. 강릉에서 열리는 선수권대회에서 만나요'라는 글을 올렸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팬들과 친해지고 싶어 한두 개씩 글을 올렸는데 반응이 좋아 꾸준히 올리고 있어요. 제가 한국어를 잘한다고 믿는 분도 계시는데 사실 구글 번역기 도움을 얻은 거랍니다."
장거리 황제인 그의 화려한 왕관에는 한 가지 '보석'이 빠져 있다. 주력 종목(5000m·1만m·팀추월) 가운데 유일하게 1만m 올림픽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그는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가장 빠른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코스를 위반한 탓에 실격 처리되면서 금메달을 이승훈(29)에게 내줬다. 크라머르는 "모든 종목에서 정상에 오르면 좋겠지만 첫 금메달이 될 1만m와 3연속 금메달이 될 5000m는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래픽] 숫자로 본 '빙속 장거리 황제' 크라머르 기고자 : 김승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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