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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과 함께 은행에 갔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직장을 그만둔 그가 하루 몇 만원 정도 사용하는 단순 입출금 통장을 만들겠다고 하자 직원이 거부했기 때문이다. 직원은 "대포 통장으로 인한 피해가 커서 까다로워졌다"며 "금융감독원 지침"이라고 했다. 할 수 없이 돌아서는데 직원이 주거래 계좌를 자기 은행으로 바꾸면 개설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통합 멤버십 가입과 비대면 계좌 개설도 권했다.

단순 입출금 통장은 거부하더니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모바일에 의한 비대면 계좌 개설은 가능하다니 결국 소소한 업무는 귀찮아 못 하겠고 실적이 되는 것만 하겠다는 것인가. 내가 "금감원에서 단순 입출금 용도로 소액을 사용하는 주부나 학생을 위해 '금융거래한도계좌'라는 소액 통장을 개설해주도록 하지 않았냐"고 항의하자 그제야 시인하며 개설해 주었다. "왜 처음부터 이렇게 하지 않았느냐"며 따지자 얼버무리며 사과했다. 은행이 어려울 때 세금으로 공적 자금을 투입해 살려놓았더니 이제는 금감원 지침 운운하며 고객을 우롱하다니 씁쓸하다.

이상협 부산 수영구 기고자 : 이상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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