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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 시각)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 정부와 재계가 똘똘 뭉쳐 트럼프 환심 사기에 전력을 다하고있다. 이미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소프트뱅크와 도요타 자동차에 이어 일본 전자기업 샤프가 미국에 대규모 액정패널(LCD) 공장 건설 계획을 밝혔다. 투자 규모는 70억달러(약 8조1600억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외에도 자동차 브레이크용 마찰재 1위 기업 닛신보홀딩스가 멕시코 대신 미국에 공장을 짓기로 했고, JR(일본철도)도카이는 미국 고속철도사업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일본 기업들은 적극적인 미국 투자로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트럼프 정부에 부응하는 한편 이를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아베의 두둑한 '선물 보따리'에 트럼프 대통령이 '생큐 재팬, 생큐 아베'라고 화답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 정부·기업 뭉쳐 구애 공세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샤프는 올해 상반기 중 LCD 미국 공장 건설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TV용 패널뿐만 아니라 TV 조립 공장도 함께 짓는다. 이를 통해 약 3만~5만명의 일자리를 만들 것으로 전해진다. IT(정보기술) 업계에서는 샤프의 액정패널 공장에 애플도 함께 투자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샤프는 지난해 대만 기업 훙하이그룹에 인수됐지만, 샤프 측은 "대만 기업이 아닌 '일본 업체 샤프'로 미국 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기업의 투자라고 분명하게 생색을 낸 것이다.

일본 기업의 미국 투자에는 대기업은 물론 중견 기업까지 가세하고 있다. 아사히글라스와 아사히카세이 등 자동차 부품 기업들은 잇따라 멕시코 공장 건설 계획 백지화 방침을 밝혔다. 이 기업들은 도요타의 생산 시설 확대에 맞춰 미국 내에 신(新)공장을 지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앞서 일본의 전자업체 파나소닉은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합작으로 50억달러(약 5조7200억원)를 투입해 네바다 사막에 2차 전지 생산 공장을 최근 완공했다. 에어컨 전문기업 다이킨공업도 지난해 휴스턴에 4억1700만달러(약 4773억원)짜리 공장을 완공한 데 이어 현재 추가로 에어컨 부품 공장도 짓고 있다.

◇"트럼프 시대, 한국도 기회로 삼아야"

일본 기업들의 잇따른 미국 투자 발표에는 노림수가 있다. 트럼프의 이른바 '1조달러(약 1146조원) 인프라 투자'로 열리게 될 막대한 사업 기회를 노리는 것이다. 트럼프는 캐나다 앨버타주~멕시코만에 이르는 2700㎞ 송유관 건설, 댈러스~휴스턴 간 고속철도 건설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통한 고용 창출을 약속했다.

아베 총리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 내 7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4500억달러(약 511조7800억원)대의 새로운 시장 창출을 골자로 하는 미·일 공동 정책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ㆍ재계가 합심해 미국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엿보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이렇다 할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일본과 한국은 자동차·가전 등 대미 수출에서 겹치는 영역이 많기 때문에 미·일이 가까워지면 한국 기업들이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관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트럼프의 성향을 봤을 때 환율 조작국이라고 공격한 중국과 일본에 이어 언제든 한국을 타깃으로 삼을 수 있다"면서 "먼저 선물 보따리를 싸들고 찾아갈 필요는 없지만 미국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정부와 기업이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 아베 '선물 보따리'에 포함된 일본 기업 대미 투자 계획 기고자 : 박건형 최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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