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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영이 등장하는 순간 잠깐 숨이 멎었다. 생머리, 상큼한 미소. 지난 10년의 세월이 없었던 것처럼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27일 시작하는 KBS2 수목드라마 '완벽한 아내'로 그는 10년 만에 연기를 다시 시작한다.

9일 서울 이태원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난 고소영은 검정 목폴라에 청바지, 황토색 퍼 코트 차림으로 쏟아지는 질문에 담담하게 답했다. 복귀작에서 그는 생활력 강하고 씩씩한 '아줌마' 역을 맡았다. 예고 영상엔 돌아누운 남편에게 "나랑 하는 게 그렇게 싫어?"라고 묻는 장면, 코피 흘리는 장면도 나온다. 도도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뒤집는 선택에 관심이 집중됐다.

"멋진 커리어 우먼이나 섹시한 여성 배역이 굉장히 많이 들어왔어요. 하지만 10년 만에 돌아오면서 폼 내기보다는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었어요. 저 무척 털털하고 힘도 세거든요. 실제로 저 자신이 올해 마흔다섯 살 아줌마예요."

윤상현과 조여정, 성준이 함께 출연한다. 동시간대 이미 큰 인기를 끌고 있는 SBS '피고인', MBC '역적'과 경쟁해야 한다. 고소영은 "상대 프로그램이 세게 올라와 무섭지만 어둡고 불편한 시국에 유쾌하고 현실적인 우리 드라마를 선택해주시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1990년대 말 고소영은 전도연, 심은하와 함께 여배우 트로이카로 꼽혔다. 당당하고 개성 넘치는 X세대의 상징이기도 했다. 하지만 2007년 드라마 '푸른 물고기'와 영화 '언니가 간다'를 끝으로 연기하는 고소영을 볼 수 없었다. 2010년 동갑내기 친구였던 장동건과 결혼해 수퍼스타 부부가 됐다. 아들이 일곱 살, 딸은 세 살이다.

가끔 광고나 화보에서 볼 수 있을 뿐이었지만 대중의 관심에서 벗어난 적은 없었다. 자기 이름을 딴 의류 브랜드를 운영했을 정도로 패션 아이콘으로 통한다. "그동안 아이 키우느라 여유가 없었어요. 늦게 결혼해 아이를 낳아 주변에 조언을 구할 데도 별로 없어 힘들었고요. 아이들 조금 크고 나니 지금 아니면 내 일을 찾지 못할 것 같아서."

그는 "촬영장에 돌아와 새로운 활력소를 찾은 기분"이라고 했다. "작년 가을에는 무슨 수를 써도 체중 0.5㎏이 빠지지 않더니, 촬영하면서 2.5㎏이 절로 빠져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웃음)."

대한민국 대표 미남 장동건과의 결혼 생활은 늘 호기심의 대상이다. 그는 "저희 부부도 처음엔 많이 싸웠어요. 어느 날 안 좋았다가도 어느 날 자연스레 좋아지니 이래서 부부가 몇십 년 같이 사는구나 싶어요"라고 했다. "요즘 남편이 촬영 없는 기간이라 집에서 아이들을 봐줘요. '아이들 키우느라 수고 많았고 이제 마음 편하게 나가서 일하라'고 얘기해줘서 고맙죠. 남편은 무뚝뚝한 성격이지만 가끔 '아이 뒷모습을 보다가 저 아이를 위해 내 목숨을 바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얘기를 할 땐 저도 놀라요."

지난 10년간 그는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루머를 퍼뜨린 네티즌을 고소한 일도 있었다. 일본계 금융회사 광고 모델로 나섰다가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는 "고소영이란 이름에 대한 기대감을 인지하지 못하고 부응하지 못한 건 전적으로 내 불찰"이라고 했다. "대중 앞에 가끔 나설 때 너무 화려한 모습만 비쳤던 것 같아요. 앞으로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좋은 작품으로 차근차근 다가가고 싶어요." 그는 "맛집 다니는 예능엔 언제든 출연하고 싶다"고 했다. "아이들이 너무 귀여워 보일 때 남편과 얘기해요. 'TV 내보내면 국민 스타 되는 거 아닐까?'" 기고자 : 최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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