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의 일인자 김보름(24)은 올림픽 여자 3000m에도 야심을 품고 있었다. 팬들은 그가 세계 랭킹 1위인 '매스스타트'에 집중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김보름은 평창을 목표로 '복수 전공'을 준비하고 있었다.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엔 '단거리(500m) 여제'인 이상화(28)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스타급 선수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김보름이 3000m에서도 상승세를 타면서, 한국은 여자 빙속 사상 첫 장거리 메달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김보름은 9일 열린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 세계선수권 여자 3000m에서 4분3초85로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순위는 6위였지만, 4년 전 자신이 달성한 한국 신기록(4분4초62)을 0.77초 앞당겼다. 김보름의 기록은 함께 출전한 아시아 선수 가운데선 가장 좋다.

3000m는 김보름이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할 당시 처음 국제 무대에서 성적을 거둔 종목이다. 이후 국제 무대에서 매스스타트 종목으로 승승장구하면서도 그는 틈틈이 3000m를 훈련했다.

전문가들은 그의 상승세에 주목하고 있다. 김보름은 장거리 선수 중에서도 스타트가 느린 편이다. 이는 그만큼 발전할 여지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제갈성렬 SBS 해설위원은 "평창까지 남은 기간에 이를 잘 극복하면 메달권에 드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평창올림픽에선 여자 3000m와 여자 매스스타트 종목 사이에 2주일이나 시차가 있기 때문에 두 종목에 모두 도전하는 체력적인 부담도 적다. 현재로선 올림픽 여자 3000m는 내년 2월 10일, 여자 매스스타트는 같은 달 24일에 예정돼 있다.

1년 뒤 평창올림픽은 이번 대회 개최 장소인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치러진다. 김보름은 이번에 한국신을 달성하며 더 큰 자신감을 얻게 됐다. 김보름은 "나는 무른 느낌의 얼음이 더 편한데 강릉의 빙질이 잘 맞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팬들이 경기장을 많이 찾아주셔서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열렬한 응원에 더 힘이 났다"고 했다.

김보름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스케이트화를 신었다. 처음 시작은 쇼트트랙이었다. 하지만 쇼트트랙 왕국에서 그는 좀처럼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고교에 진학해서도 만족스러운 성적이 나오지 않자 그만둘 생각도 했다. 그는 고심 끝에 정화여고 2학년인 2010년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바꾸는 모험을 감행했다. '괜히 종목 바꿨다 망신만 당한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김보름은 종목 전향 1년 만에 2011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30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적성 찾기'에 성공했다.

김보름은 특히 평창올림픽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매스스타트에서 강점을 보이며 국제 무대를 휩쓸고 있다. 매스스타트는 선수 24명이 지정된 레인 없이 400m 트랙을 16바퀴 돌아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선수가 우승한다. 집단 출발을 하기 때문에 몸싸움이 중요해 쇼트트랙 출신들이 강점을 보인다. 쇼트트랙 출신인 이승훈(29)과 김보름이 나란히 남녀 매스스타트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보름은 12일 오후 8시 20분 여자 매스스타트에 출격한다.

기고자 : 김승재
본문자수 : 1633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