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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70)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의 목청 주파수는 높았다. 사흘간 호남 방문을 마치고 올라온 다음 날이었다.

―반응이 어땠습니까?

"아주 좋아졌습니다. 지지자들이 '이제 해볼 만하다. 국민의당은 살았다'고 했습니다."

―지지율(갤럽 조사 1%)이 너무 낮아 신문 방송에는 거의 볼 수 없더군요.

"제대로 올라가겠죠. 지금 그런 지지율이야 의미 없어요. 바뀔 거니까요."

―여론조사에서 20대 지지율이 0%가 나오자 뭐라고 한마디 했다면서요?

"요즘 대학생들은 손학규가 누군지도 몰라요. 내가 2년 동안 산속에 있었으니까. 내가 뭐 활동했나요."

―꼭 그 때문일까요? 세간에는 "손학규 시대가 아니다. 흘러간 물로는 물레방아를 못 돌린다"라는 말도 합니다.

"사퇴를 했지만 나보다 네 살 위인 반기문씨 지지율이 2년 넘게 40%였어요. 트럼프도 나보다 한 살 많고, 버니 샌더스도 많습니다. 이들이 변화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생물학적 나이는 생각의 나이가 아닙니다. 손학규에 대해 아무런 기대치가 없고, 이미 흘러갔다면서 왜 인터뷰하러 왔습니까."

―지지율 조사에서도 나타나듯 세간에서 그렇게 본다는 거지, 손 의장에 대한 제 견해와는 무관합니다.

"지금 지지율 조사는 의미가 없어요. 미국 대선에서 대다수 언론이 힐러리가 된다고 했지, 트럼프가 된다고 누가 예측했습니까."

―대선에 나가려면 우선 국민의당 경선을 통과해야 하는데요?

"자신 있으니까 나왔지요. 대선이 본격화되면 이 나라를 누가 먹여 살릴 건가, 누가 일자리를 만들 건가, 개혁을 안정적으로 이뤄낼 건가, 남북평화를 이룰 건가, 다들 말로는 다 하지만 과연 누가 실제 해낼 수 있을까를 따질 겁니다."

―현실적으로 경선은 조직과 동원력에 달렸는데, 국민의당 대주주인 안철수 전 대표를 이겨내겠습니까?

"경선 룰이 어떻게 될지 봐야겠지만 국민 뜻에 달렸다고 봅니다. 민주당 문재인으로는 안 되겠다고 대안을 찾을 겁니다. 국민의당에서는 그동안 좌절해왔습니다. '과연 안 대표로 되겠느냐'는 불안이 있었는데, 제가 들어가면서 분위기가 업 됐습니다."

―안철수 전 대표는 본인보다 무엇이 부족합니까?

"막 합당했는데 그런 얘기를 할 수 있습니까. 손학규가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살아왔나, 어떤 실적을 보여왔나, 손학규의 능력에 대해 물어야지, 이렇게 질문하면 안 됩니다."

―후보를 상대 비교하는 게 선거 아니겠습니까?

"안 대표가 새로운 정치를 표방하고 제3당을 만든 것에는 높이 평가하지만, 새로운 정치가 새로운 사람 새로운 구호로만 가능합니까. 경험과 지혜가 필요합니다."

―손 의장이 다른 후보와 차별되게 자기만이 내거는 것은 무엇입니까?

"개혁과 안정과 통합입니다."

―그런 '정치 개혁'을 내걸고 있지만, 실제로는 "패권 세력" "제2 박근혜" 라며 문재인 전 대표에게만 표적이 맞춰져 있는 것 같습니다.

"한심해서 그런 거죠. 촛불 민심은 '이게 나라냐'는 외침에 함축돼 있습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적폐를 청산하고 나라를 바꾸라는 요구입니다. 이를 안 받아들이는 쪽이 친문(親文) 패권 세력입니다. 지금 문재인 지지율이 30%대인데 이를 대세론으로 굳히려고 하지만, 내가 정치를 오래 해봤지 않습니까, 문재인은 안 될 것으로 봅니다."

―문재인이 아니면 누가 유력합니까?

"제가 되는 겁니다."

―안희정 지사는 "손 선배는 철새 정치인이다. 동지가 어떻게 해마다 그렇게 수시로 바뀌느냐"며 정계 은퇴를 공개 요구했습니다.

"누가 동지를 바꿨습니까. 내게 국민의당이 적(敵)이었습니까. 안철수·박지원·주승용·김동철이 적이었습니까. 이들을 떨어져 나오게 한 게 누구입니까. 분당을 누가 만들었습니까. 친문 패권 세력입니다. 안희정은 친노·친문의 홍위병(紅衛兵)으로 시작했지 않습니까. 그래서 손학규를 공격하는 겁니다."

―안희정의 중도노선은 보수 진영에도 어필해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습니다.

"뭔가 될 것 같으니까 이 사람 저 사람 모아서 중도노선이라는데, 중심이 없습니다. 노무현·문재인 키즈의 대표적 사람이지, 그가 언제부터 중도였습니까. 저렇게 지지율이 올라가봐야 친문 패권 세력이 후보 자리를 내놓을 리도 없습니다."

―손 의장의 브랜드는 '저녁이 있는 삶'이었지요. 이제 유승민 의원은 좀 더 확실하게 '칼퇴근법'을 만들겠다고 하는군요.

"'저녁이 있는 삶'은 국민, 특히 직장인의 바람입니다. 그게 단지 '칼퇴근법'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젊은이들 중에는 '저녁이 없는 삶'도 좋으니 일자리를 만들어달라는 하소연도 있습니다."

―'저녁이 있는 삶' 슬로건을 포기하는 겁니까?

"최 선생은 일도양단에 익숙해 있군요. '저녁이 있는 삶'은 생산성 있는 복지 사회를 문학적으로 표현한 거죠. 칼퇴근은 한 부분일 테고요. 저는 지금 우리 사회의 당면 문제를 고용·일자리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저는 경기도 지사 시절에 파주 기업도시와 판교 테크노벨리를 착공했고 일자리 74만개를 만들어냈습니다."

―이념 스펙트럼으로 손 의장은 중도좌파에 속한다고 봐야 할까요?

"저를 '중도'나 '중도좌파'에 갖다 놓는데, 어느 쪽도 아니고 그런 구분이 별 의미가 없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우리나라를 잘살게 하겠다는 '애국주의'로 살아왔습니다."

―요즘 애국이라면 '태극기 군중'을 떠올립니다.

"그게 우파적인 사고 방식입니다. 저는 학생 시절에 민주화운동을 했고, 그 뒤 노동과 빈민 운동으로 사회 약자를 위해 몸을 던졌습니다. 복지부장관과 경기도 지사 시절에는 일자리를 만들고 우리 사회의 에너지를 키웠습니다. 당 대표로서는 사회 통합을 하는 데 앞장서왔습니다."

―구체적으로 주요 현안에 대해 묻겠습니다. 사드 배치에 어떤 입장입니까?

"사드의 군사적 효용 가치, 안보 문제, 미·중(美中)과의 관계 등을 놓고 국회에서 다시 논의해야 합니다."

―재검토 입장이군요.

"그렇게 단순화시키지 말고…."

―배치냐 아니냐, 현실에서 답은 둘 중 하나 아닙니까?

"지금까지 사드 배치가 진행돼왔으니, 내가 대통령이 되면 그대로 갈지 아니면 멈출지를 국회와 협의하겠다는 겁니다."

―'개성공단 재개'에 대해 어떤 입장입니까?

"금강산 관광도 그렇고, 재개해야 합니다. 이를 폐쇄한 것은 가장 잘못된 정책입니다. 북핵과 미사일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 것이지만, 전쟁 중에도 협상 통로는 열어놓습니다. 개성공단은 경제 차원에서는 우리 중소기업을 살리는 측면도 있습니다."

―대북 압박의 국제 공조에서 우리만 이탈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봅니까?

"우리가 주도를 해야지요. 중재를 해서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아픈 질문을 좀 더 하겠습니다. 손 의장에게는 "한나라당에 그대로 남아있었으면 기회가 왔을 것"이라는 말이 따라다녔습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탈당한 것을 되돌아보면 어떤가요?

"말 좋아 하는 사람들 얘기입니다. 그냥 남아있으려면 내 정치적 소신을 바꿨어야 했어요. 나는 경기도 지사를 할 때 김대중 햇볕정책을 공개 지지했고 북한에 벼농사 지원 사업을 했습니다. 그런 내게 일부 한나라당 의원은 '북한 가서 살아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그 뒤로 이명박·박근혜에게 줄 서는 걸 봤습니다. 한나라당에 남아있어도 후보가 될 수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옮겨간 민주당에서도 역시 어중간한 존재가 됐지요. '배신' 낙인이 찍혔고?

"배신자는 자기 생각과 소신을 바꾸는 것이지, 저는 대학교 이래 일관된 삶을 살았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제가 민주당에 해를 끼친 게 무엇 있습니까. 오히려 더 두텁게 해줬지 않습니까."

―2014년 수원병 보궐선거에서 정치 신인에게 패배하고 정계 은퇴를 했는데요?

"국민이 손학규를 더 이상 원하지 않는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정계 은퇴라고 하지만, 서울 집을 놔두고 강진에 내려간 것 자체가 정치 행위 아닐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정치를 떠나면서 자연과 더불어 살 생각을 했어요. 강진에는 그전부터 인연이 있었고 마음에 뒀던 곳입니다. 사위도 강진 사람입니다."

―강진에 내려가 2년 동안 무슨 생각을 많이 했습니까?

"책 보고 지나온 생활을 돌아보고…. 자연과 더불어 잘 쉬었습니다."

―야당에서 작년 4·13 총선 등을 앞두고 '나오라, 같이 하자'며 러브콜을 했을 때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때 복귀했으면 스포라이트를 받았을 텐데, 등판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선거를 통해 정계 복귀를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선거를 도와주고 정치적 이익을 얻는 것은 제 관심이 아니었습니다. 강진에서 나올 때 좀이 쑤셔 나온 게 아닙니다. 나라 체제를 바꿔야겠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입니다."

―막상 정계 복귀(작년 10월)를 했을 때는 '최순실 사태'로 신문 1면에 사진도 못 나왔지요?

"'손학규 징크스'가 또 터졌다고 했지요."

―징크스라면?

"2006년 내가 '100일 민심대장정'에서 돌아오는 날 서울역 앞에 취재진들이 운집했는데, 북한 핵실험이 터졌습니다. 저녁 TV 뉴스에는 내 기사가 한 줄도 안 나왔습니다. 당시 지지율이 상당히 올라가고 있었는데 그걸로 망했지요."

―실력 좋은 놈도 운 좋은 놈은 못 당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페르시아 제국을 건설한 키루스 왕은 출전할 때마다 꼭 기도를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기도는 아무나 할 수 없다. 기도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말했어요. 말[馬]을 탈 줄 모르는 사람이 기병전에 이길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할 수 없는 겁니다."

―스스로 운이랄까 기회를 잘 못 잡는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고요?

"그건 소인배나 하는 얘기입니다."

―두 번의 도전(2007, 2012)에서 모두 당내 경선 고배를 마셨고, 이번에 '대선 3수(修)'가 되는데요?

"헌재의 인용 결정이 되면 빅뱅처럼 엄청난 정치 변화가 생길 겁니다. 이번에는 좋은 기운이 오고 있다고 봅니다."

헤어질 때서야 나이를 잊은 듯 팽팽한 그의 얼굴 피부가 보였다. 공정한 기회를 위해 다른 주목할 만한 대선주자들도 만나겠다. 기고자 : 최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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