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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지 4시간 40분 만에 방미(訪美) 중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상 만찬이 끝나고 현지 시계가 오후 10시 35분쯤을 가리킬 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굳은 얼굴로 주먹을 쥔 채 "(북한 미사일 발사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일본 입장을 100% 지지한다"고 말했다.

회견은 별도의 질의응답 없이 2분 20초 만에 끝났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28시간 전 '북한 추가 도발 금지'를 촉구한 미·일 정상 공동선언문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북한이 서태평양 괌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무수단급 개량형 탄도미사일'을 쏜 것을 가볍게 넘기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공동선언문에 "미국은 앞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강화한다"고 명시했다. 북한의 이번 도발을 자신의 아·태 전략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날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북한의 첫 미사일 도발이 '괌 타격용'이라는 점에서 곧바로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안보 사령탑인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 도발 직후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에게 먼저 통화를 요청해 "북한 도발 억제를 위해 가능한 모든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외교소식통은 "북한의 무수단급 미사일 도발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강경 기조를 더욱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이 올 초 신년사에서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이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했을 때도, 자신의 트위터에 "그런 일은 없게 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외교부 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미국의 이런 경고와 관련, "최근 이란의 탄도미사일 발사 때 트럼프 행정부가 보인 반응을 참고해야 한다"며 "미국이 만지작거리던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과 개인 제재)' 카드를 구체적으로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실제 이날 백악관 대응은 지난달 30일 이란의 탄도미사일 발사 때와 비슷한 흐름이다. 당시 플린 안보보좌관이 이란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난 며칠 뒤 미 재무부가 이란과 거래한 개인과 기업 20여 곳에 대한 금융 제재를 발표했다. 미 재무부는 이란 제재 리스트에 중국 기업 한 곳과 중국인 한 명을 포함했는데,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Subject to Secondary Sanctions)'이라고 적었다.

미국이 이란식 제재를 북한에도 적용한다면 이번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본격적인 대북 '세컨더리 보이콧'이 가동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 단둥의 훙샹그룹 한 곳에 대해서만 '세컨더리 보이콧'을 적용했다. 김성한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시진핑 중국 주석과 통화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킨다고 말했는데, 이는 대만 문제는 건드리지 않겠다는 신호"라며 "그 대신 북한에 대해선 강하게 나올 수 있다"고 했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지난달 미 상원에 제출한 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세컨더리 보이콧'을 도입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고,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 옵션도 언급한 바 있다. 현재 워싱턴에선 대북 '예방적 선제타격론'까지 자주 거론되고 있다. 이날 도발을 계기로 선제 타격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남주홍 전 국정원 차장은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 후 20여 일간 반복적으로 북한의 도발에 경고해 왔다"며 "북한 미사일이 괌 미군기지를 노릴 수 있는 상황에서 오는 3월 한·미 연합 훈련은 공세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했다. 또 "미국 상하원이 북한을 테러 지원국으로 재지정하려고 나설 수도 있다"고 했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이달 중순 독일에서 개최되는 G20(주요 20개국) 외교장관 회의(16~17일)와 뮌헨안보회의(19~20일)에서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상기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고자 : 안용현 조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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