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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나 남미로 해외 트레킹을 많이 가본 선배한테 들은 얘기다. 출발 지점에서 한국인들은 태산도 옮길 기세로 의기투합한다고 한다. 그러나 한두 시간 지나면 제각각 가기 일쑤라는 것이다. 반면 일본인 그룹은 대개 끝까지 팀을 이뤄 간다. 장사나 사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에서 동업은 형제간에도 하지 말라는 게 불문율이었다. 그런데 이게 요즘 들어 바뀌고 있는 모양이다. 중소기업청이 2013년 창업한 6000곳을 조사해 봤더니 공동 창업이 1인 창업보다 자본금과 이익은 더 많고 부채는 적더라는 것이다. 한국인 동업(同業)의 재조명이다.

▶세계 각국에 진출한 화상(華商)은 세 가지 끈으로 뭉친다. 혈연·지연·업연(業緣)이다. 중국의 원저우(溫州) 상인은 '동양의 유대인'으로 불린다. 그만큼 사업 수완이 뛰어나다. 이들은 자본과 기술이 부족해 혼자 사업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경쟁보다 동업과 협업을 택했다. '뭉쳐서 천하와 맞선다.' 원저우 상인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문구다. 

▶국내에도 본받을 만한 동업은 있었다. 이름난 장사꾼이었던 구인회에게 장인 허만식의 육촌 허만정이 찾아왔다. 만석꾼 허만정이 막 일본 유학에서 돌아온 셋째 아들의 경영 수업을 구인회에게 부탁했다. 거액의 사업 자금도 댔다. 경영 능력과 자본·인재가 합쳐진 이 동업은 3대 47년간 이어졌다. LG그룹과 GS그룹의 동업 역사다. 허씨·구씨 가문은 가족에 경조사가 발생하면 얼마씩 지출한다는 약속까지 해놓았다고 한다. 동업자 간 신의도 셈을 분명히 하는 바탕 위에서 지속된다는 철저한 동업 마인드다.

▶실패하는 동업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서로 비전 공유가 안 된 경우' '동업자끼리 장단점을 모르고 손잡았을 경우' '실패 원인이 상대 탓이라고 생각하는 경우' 등이라고 한 전문가가 분석했다. 이건 정치적 동업에도 해당되는 것 같다.

▶13일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대표가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향해 "동물도 고마움을 안다. (2012년 대선 때 내가 문 후보를 안 도왔다고 말하는 건) 짐승만도 못한 것"이라고 화를 냈다. 문 전 대표는 "그냥 넘어가시죠"라고 일이 커지지 않게 했다. 한 대담집에서 '안 의원이 미국으로 가지 않고 선거운동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는 물음에 문 전 대표가 "(안 의원이 왜 그랬는지) 알 수 없다"고 대답한 게 화근이 됐다. 2012년 대선 당시 두 사람은 '정치 동업자'였다. 반드시 실패하는 동업의 특징을 두루두루 갖췄으니 지금까지도 불협화음이 나오는 것일 게다. 기고자 : 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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