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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일 일본 가나가와현의 한 골프장에 아베 신조 총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베 총리 옆에는 우리 전경련에 해당하는 게이단렌(經團連)의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회장과 미타라이 후지오 명예회장이 있었다. 아베 총리는 연말 고모리 시케타카 후지필름 회장과 라운딩하는 등 재계 인사들과 수시로 골프 치고 식사한다.

아베 총리는 기업 행사에도 참석한다. 그는 모리빌딩이라는 개발 회사가 주도한 주상 복합 건물 '도라노몬 힐스' 완공 축하 행사장에 각료 6명과 함께 참석해 축사했다. 기업인 자녀 결혼식에도 참석한다. 정책도 기업인들이 만든다. 총리 직속 '산업 경쟁력 회의'는 장관과 미즈호·로손 등 대기업 CEO들로 구성됐다. 아베노믹스는 '대기업 특혜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돈을 풀어 엔화 약세를 유도하는 정책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에는 '독약'이 될 수 있지만, 도요타 등 수출 대기업에는 '노골적 특혜'다.

더군다나 게이단렌은 회원사에 정당 헌금을 촉구하고, 헌금의 90%가 집권 자민당에 집중된다. 공산당은 "자민당이 정치헌금을 받고 대기업 편향 정책을 펴고 있어 사실상 뇌물"이라고 비판한다. 그래도 아베 총리는 60% 안팎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일자리가 늘어난 덕분이다. 엔저와 규제 완화로 대기업이 혜택을 보지만, 그만큼 수출과 고용이 늘어났고 일본 전체적으로 이익이다. 실업률이 2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구인율(求人率)은 25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중국은 사실상 기업과 정부가 한 몸인 정경 일체 시스템이다.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 기업들을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아예 제외해버렸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규제의 칼날을 마구잡이로 휘두른다. 환율도 자국 기업에 유리하게 정부가 결정한다. 

트럼프의 미국은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자본주의를 만들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텔, 포드, 보잉, GM, 피아트크라이슬러 등 미국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연쇄적으로 만나 투자와 일자리 창출 약속을 받아내고 있다. 외국 기업에도 위협을 서슴지 않는다. 대신 법인세 감면과 규제 완화라는 당근책도 제시한다. 신(新)관치, 정실 자본주의라는 비판이 거세지만, 증시는 사상 최고치 주가 경신으로 화답하고 있다.

우리의 경쟁국들은 정부와 기업의 협력 관계 구축에 여념이 없다. 일자리 창출은 결국 기업 몫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은 '최순실 게이트'로 '정경 단절'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불법적 정경 유착은 근절해야 하고 법의 단죄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산업 경쟁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업과 정부의 협력 관계까지 단절되어서는 곤란하다. 요즘 우리 시계는 거꾸로 도는 듯하다. 다른 나라는 법인세 인하 경쟁을 벌이는데 우리 정치권은 법인세 인상 공약 경쟁이다. 그리스를 파탄으로 내몰았던 '세금으로 공공 부문 늘리기'가 일자리 창출의 특효약으로 둔갑했다.

한국의 고도성장을 이끈 대기업은 거리에서, 정치에서, 검찰에서 만악의 근원처럼 규탄받고 있다. 국제 안보도 경제 질서도 대전환기의 폭풍 속으로 진입하고 있다. 한강의 기적을 자식 세대에게 물려줄 것인가, 물거품으로 만들 것인가. 한국은 갈림길에 서 있다. 기고자 : 차학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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