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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눈 부릅뜬 호랑이가 꼬리와 등을 치켜세우고 당장에라도 달려들 듯 자세를 취했다. 화폭 상단에 있는 대나무 이파리는 빠르고 부드러운 필치로 그려졌다. 임희지의 대나무 그림 아래 김홍도가 호랑이를 그려넣은 '죽하맹호도'다.

조선 후기 백자 달항아리부터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다섯 거장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인다. 서울 관훈동 노화랑에서 15일부터 다음 달 28일까지 열리는 '한국미술사의 절정'전(展)이다. 모두 개인 소장품이라 쉽게 만나기 어려운 16점의 작품은 전시 보험금만 약 4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금강전도' '인왕제색도'와 함께 겸재 정선의 3대 명작으로 꼽히는 '박연폭도(朴淵瀑圖)'를 비롯해 이중섭의 '복사꽃 가지에 앉은 새', 박수근의 '독서하는 소녀', 김환기의 '산월' 등을 만날 수 있다. 김환기가 지독하게 사랑했다는 18세기 백자 달항아리 두 점 중 한 점은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넘어갔다가 2007년 3월 국내로 돌아오면서 이목을 끌었던 작품이다. 전시를 기획한 이태호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조선 후기 조선미(朝鮮美)와 근현대 한국미(韓國美)를 한자리에 놓고 한국 미술의 동질성과 정체성을 확인해보려는 속셈으로 마련했다"고 밝혔다. (02)732-3558

기고자 : 정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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