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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씨의 측근이었다가 갈라선 뒤 최씨의 '국정 농단'을 폭로한 고영태〈사진〉씨가 지인들과 나눈 대화가 녹음된 '고영태 파일'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의 막판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변호인단)은 지난 10일 헌법재판소가 검찰로부터 제출받은 '고영태 녹취록' 29개와 녹음 파일 2000여개를 복사했다. 박 대통령의 변호인은 13일 본지 통화에서 "녹음 파일을 분석하는 데 적어도 닷새는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변호인단은 녹음 파일 가운데 중요한 대목은 헌재 심판정(법정)에서 직접 틀어 검증(檢證)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변호인단은 파일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증인 신청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박 대통령 측은 그동안 "최순실 게이트는 고씨의 기획 폭로"라고 주장해왔다. '고영태 파일' 속엔 고씨가 지인에게 "이렇게 틀을 딱딱 짜놓은 다음에 (게이트가) 빵 터져서 날아가면 이게(K스포츠재단 등) 다 우리 거"라고 말하는 내용 등이 있는데 고씨가 재단을 차지하려고 허위 폭로를 했다는 것이다.

헌재가 이 같은 변호인단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오는 22일까지 잡혀 있는 변론 일정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최종 변론 종결 선언이 늦춰질 수 있다. 이정미 재판관(헌재소장 권한대행)이 퇴임하는 3월 13일 이전에 선고가 이뤄지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그러나 국회 소추 대리인단은 "녹음 파일 안에는 '대통령은 최순실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는 내용 등 오히려 대통령 측에 불리한 내용이 더 많다"며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박 대통령 측의 전략에 불과하다"고 했다.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순실씨 등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검찰도 "녹음 파일은 총 2300개가량인데 2250개 이상은 가족이나 친구들과 나눈 사적인 대화이지 이번 사건과 전혀 상관이 없다"며 "이번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녹취록 29개에 들어 있고 이미 법정에 제출한 바 있다"고 했다. 박 대통령 측이 '최순실 국정 농단'이라는 이 사건의 핵심 내용과 큰 연관이 없는 문제를 걸고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이날 이동흡 전 헌법재판관이 대리인단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재판관은 2013년 헌재소장 후보로 지명됐다가 청문회에서 낙마했다.

기고자 : 조백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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