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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있는 운현궁 양관(洋館). 덕성여대 종로캠퍼스 내에 있는 이 건물 입구에서 외국인 관광객 20여명이 긴 줄을 서서 사진 찍을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1910년대 초반 흥선대원군의 손자 이준(李埈)의 저택으로 건립된 이곳은 최근 인기 드라마 '도깨비'에서 주인공 공유가 사는 '도깨비집'으로 나오면서 중국인 관광객 유커(游客)들이 많이 찾는 관광 명소가 됐다. 중국인 관광객 장메이링(20)씨는 "중국인들에게도 '도깨비'가 인기라서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건물 경비요원은 "주중에도 관광객이 하루 최소 150명은 온다"고 했다. 그러나 관광객들은 건물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건물 내부가 리모델링 공사 등을 위해 텅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 대만 관광객 위니샤오(21)씨는 "'도깨비'를 보고 왔는데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 아쉬운 마음에 사진만 20장 넘게 찍었다"고 했다.

덕성여대는 원래 학교법인 사무국으로 쓰던 이 건물의 내부를 개조해 갤러리·박물관·역사관 등 문화시설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물을 널리 알리면서 소정의 수익도 얻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당분간 운현궁 양관은 텅 빈 건물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법인 사무국이 리모델링 계획을 교육부에 문의한 결과 "캠퍼스 내에 영·유아 교육시설이 있어 시설 허가가 나지 않을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기 때문이다. 캠퍼스에 외부인이 수시로 드나들면 인근 운현유치원·초등학교 학생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의 반대에 직면한 덕성여대는 지난달 23일 법인 이사회를 열어 "운현궁 양관 활용 방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고 결정했다. 덕성여대 관계자는 "유흥 시설도 아니고 문화 시설로 쓰겠다는 것인데 '비교육적'이라고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덕성여대 측으로부터 공식적인 문의를 받은 적이 없다"면서 "비공식적으로 전화 문의가 있었는지는 확인해보겠다"고 밝혔다.


기고자 : 이기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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