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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농구의 '보물'로 불리는 10대가 있다. 축복받은 신체 조건(195㎝, 80㎏)에 발군의 감각까지 갖췄다. 고교 1학년 때 성인 국가대표팀에 차출됐고, 프로 데뷔 전부터 박찬숙-정은순으로 이어진 여자 농구 센터 계보를 이을 선수로 기대를 모았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KB스타즈에 지명된 '거물' 박지수(19) 이야기다.

최근 서울 강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팬들 기대치에 어울리는 진짜 보물이 되겠다. 한국 농구 숙원인 올림픽 본선 진출도 꼭 제가 이끌겠다"며 활짝 웃었다. 10대다운 거침없는 발언이었다.

박지수는 올 시즌 여자 프로농구(WKBL)에서 화제를 몰고 다닌다. 16경기에 나와 평균 10.31점을 넣고, 리바운드 11.19개를 잡아내면서 '시즌 전체성적 더블-더블'(공·수 2개 부문 두 자릿수)을 기록 중이다. 리바운드와 블록슛(2.25개)은 국내 선수 중 1위다. 지난 4일 우리은행과의 경기에선 홀로 30득점·21리바운드를 기록해 '레전드' 정은순 이후 처음 30점, 20리바운드를 넘기기도 했다. 벌써부터 신인왕은 따 놓은 당상이란 평가다.

그러나 시즌 초에는 프로 무대 적응에 애를 먹었다. 기복이 심했다. 리바운드를 10개 넘게 잡는 날이 있는가 하면, 2점 3리바운드에 그친 날도 있었다. 박지수는 "신인인데 선배 언니들과 (몸)싸움 해도 되나 하는 부담감이 너무 컸다"고 털어놨다. "대표팀에서 같이 밥 먹고 같이 자던 언니들인데, 도저히 팔꿈치로 치고 밀어붙일 수가 없더라고요."

전환점은 올스타전 휴식기였다. 3박4일 휴가 기간 집에 박혀서 머릿속을 비웠다. "경기 영상을 돌려보는데, 순둥이처럼 얻어맞고 가만히 있는 거예요. 우리 팀 언니들도 제게 '넌 너무 농구 착하게 한다. 너 성격 착하지 않은 것 아는데, 성격대로 해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정신이 들었어요. '막 치고 다녀야겠다'고 생각했죠."

올스타전 휴식기 이후 박지수는 '딴사람'이 됐다. "제 키가 크니깐 누가 수비로 나서도 밀어붙일 수 있어요. 요새는 인정사정 없이 해요. 그러니까 되던데요?" 박지수는 "올스타전 이후의 저는 100점 만점에 75점 정도는 되는 것 같은데, 올스타전 전에는 점수를 주고 싶지도 않을 정도였다"고 자평했다.

박지수의 꿈은 '해외 무대' 진출이다. 박지수는 어릴 적부터 해외에서도 탐내는 선수였다고 한다. 초등학교 3학년 때 160㎝, 중학생 때는 190㎝을 넘기는 큰 키에 발이 빠르고 활동량이 많아 또래 사이에선 적수가 없었다. 실제 박지수는 중학교 2학년이었던 2012년 국제농구연맹(FIBA) U-17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활약하면서 세계 농구계의 관심을 받았다.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해외에서 '농구 유학 오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박지수는 "당시는 너무 어려 사양했지만, 다음에 또 기회가 온다면 무조건 가고 싶다"고 했다. 정은순 KBS N 해설위원은 "지수는 차원이 다른 선수다. 한국이 아시아 농구 패권을 다시 찾아올 수 있게 할 선수"라고 말했다.

박지수는 지난해 새로운 꿈을 하나 더 품었다. 올림픽 무대 본선 진출이다. "작년 여름엔 TV를 켰다 하면 리우올림픽 여자 배구 경기가 나왔잖아요. 모든 게 다 부럽더라고요. 특히 김연경 선수 보면서 '나도 꼭 저렇게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국 여자 농구의 마지막 본선 진출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었다. 지난해에도 최종 예선에서 벨라루스에 막혀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박지수는 "2020년 도쿄올림픽 때는 '여자 농구의 김연경'이 되겠다"고 했다. "수비는 자신 있어요. 아직 공격력이 부족한데 남은 3년간 1대1 돌파 능력을 키울 거예요. 도쿄에선 제가 책임지고 '멱살캐리(한 명이 멱살 잡듯 끌고 간다는 의미)'할 테니 지켜봐주세요."

[그래픽] 한국 여자 농구의 국보 센터 박지수는? 기고자 : 윤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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