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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7년부터 1931년까지 조선일보는 신간회 기관지나 대변지 역할을 했다."(신용하 서울대 명예교수)

조선일보는 1927년 신간회 창립 때부터 뗄 수 없는 관계였다. 조선일보 사장 이상재는 신간회 초대 회장으로 추대됐고, 부사장 신석우는 신간회 창립대회 준비위원장이었다. 그리고 신간회의 산파역은 조선일보 주필 안재홍과 1928년부터 13년에 걸쳐 조선일보에 소설 '임꺽정'을 연재한 홍명희였다.

1926년 말 신석우와 홍명희는 민족 단일당을 결성하기로 합의했고, 기독교·불교·천도교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한편 사회주의 계열 인사를 참여시키는 데 성공했다. 신석우는 고령 때문에 고사하려는 이상재에게 "선생님이 안 나오시면 청년들이 뒤를 따르지 않을 것입니다"라며 신간회 회장을 맡아 달라고 설득했다.

1927년 1월 초순 신간회 발의를 합의한 장소도 조선일보사였다. 같은 시기 조선일보는 논설을 통해 타협적 자치운동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비타협적 민족주의자들이 사회주의자들과 손을 잡고 항일에 나서게 되는 신간회의 예고와 다름없었다.

신간회 창립대회에서 발표된 간사 33명 중 조선일보 사람은 사장 이상재와 부사장 신석우 외에도 주필 안재홍, 편집국장 한기악, 영업국장 이승복, 지방부장 장지영, 취체역 최선익, 판매부장 홍성희 등 다수가 포함돼 있었다. 신간회 발기인과 간부 51명 중에서 12명이 조선일보 소속이었다. 1월 20일자 조선일보는 신간회 강령과 발기인 명단을 상세히 보도했다.

신간회가 단기간에 149개 지회와 회원 4만명의 전국적 조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조선일보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조선일보는 지면에 '신간회 기사 일속(一束·한 묶음)'이란 고정란을 만들어 전국 각지의 지회(支會) 결성 소식을 전하면서 아직 지회가 만들어지지 않은 지역을 자극했다. 1929년부터는 '신간회 각지 소식'으로 제목을 바꿔 계속 각 지회의 동정을 보도했다. '신간회의 창립 준비―진지한 노력을 요함'(1927년 1월 20일자) '신간회의 창립'(2월 24일자)과 '민족 단일당'(5월 12일자) '민족 단일당의 문제'(8월 7일자) 등 신간회의 활동을 다루고 활동방향을 제시하는 사설과 논설도 계속 실었다. 당시 민족연합전선의 본거지이자 신간회를 대변하는 언론기관이 조선일보였음을 뚜렷이 드러낸 것이다.

전국 각지 조선일보 지사와 지국이 신간회 지역 거점 역할을 수행했던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조선총독부는 조선일보가 신간회인지, 신간회 지회가 조선일보 지사·지국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기고자 : 유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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