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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시에 있는 공기업에 다니는 김모(여·27)씨는 밸런타인데이인 14일 직장 상사와 동료들에게 초콜릿을 선물하지 않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김씨는 밸런타인데이 때 이른바 '의리 초콜릿'을 직장에 돌렸다.

의리 초콜릿이란 연인 관계가 아닌 직장 동료나 가족, 친구에게 주는 초콜릿을 말한다. 애정 표현이 아니라 의리 차원에서 초콜릿을 선물하는 것이다. 김씨는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 눈치가 보여 초콜릿 선물을 그만뒀다"며 "비싸도 문제지만, 너무 싸면 성의가 없어 보여 안 주느니만 못하다"고 했다.

작년 9월부터 시행된 부정청탁금지법이 공공기관과 학교의 밸런타인데이 풍경을 바꾸고 있다. 이 법은 원활한 직무 수행이나 사교·의례·부조 등의 목적일 경우 5만원 이하의 선물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선 현장의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직원들은 "실제 법과 관계없이 금액이나 남의 시선을 신경쓰는 게 피곤하다"며 아예 선물을 기피하고 있다.

한국전력 5년차 직원인 박모(33)씨는 "김영란법 때문에 초콜릿을 주는 것도, 후배에게 받는 것도 부담스러운 분위기"라며 "이번 밸런타인데이에는 선물을 주고받는 동료를 보지 못했다"고 했다. 서울의 한 구청 7급 주무관 이모(여·30)씨도 "작년까지는 주변 동료나 과장·팀장님 선물을 챙겼는데 올해는 못했다"며 "특히 상급자에게 선물했다가 '잘 보이려고 수 쓴다'고 누가 신고라도 하면 덤터기를 쓸 수 있다"고 했다.

각급 학교나 국립대 병원도 비슷한 분위기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 김모(30)씨는 "예전에는 졸업 겸 밸런타인데이 선물로 교사 책상에 초콜릿이 한가득 쌓였는데 올해는 달라졌다"며 "학교 차원에서 '교사·학생 사이에선 3만원 미만의 저렴한 초콜릿·음료수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가정통신문을 보냈다"고 했다. 서울대병원 간호사 이모(43)씨는 "환자들이 주는 선물은 아무리 싼 것이어도 '마음만 받겠습니다'라고 거절하도록 교육받았다"고 했다.

선물이 사라지는 데 대해 당사자들은 대체로 "아직 적응이 안 돼 어색하지만,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반응이다. 특히 나이·연차가 적을수록 환영하는 분위기다. 상급자 눈 밖에 나지 않으려고 내키지 않는 선물을 억지로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