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쫀득한 찹쌀에 잣, 호두, 밤 등 고소한 견과류와 곶감, 대추 같은 말린 과일을 넣고 간장과 꿀로 간을 한 약밥(藥食·약식). 정월 대보름의 시식(時食)이자 명절이나 잔칫날 빠지지 않는 귀한 음식이었다.

약밥이란 이름은 꿀을 넣어 지은 밥이란 뜻으로 붙여졌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평소 맛보기 힘들 만큼 귀했던 꿀을 약으로 여겼다. 정약용(丁若鏞·1762~1836)은 목민심서(牧民心書·1818년)에서 약밥 대신 꿀을 뜻하는 밀(蜜)을 붙여 밀밥(蜜飯)이라 불렀다고 적고 있다. 삼국유사(三國遺事·1281년)에선 까마귀가 신라 왕을 구한 고사에 등장해 오식(烏食), 찹쌀로 짓는다 하여 향반(香飯)으로도 불렀다.

약밥은 한국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오래전부터 인기가 높았으니 '원조 한류 음식'이라 할 만하다. 허균은 도문대작(屠門大嚼)에서 '중국인들은 약반을 좋아한다. 그들은 이것을 배워 만들고 고려반(高麗飯)으로 부른다'고 했다. 김매순(金邁淳·1776~1840)이 지은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1819년)에는 '중국에 건너간 조선 사신들이 중국인에게 약식을 만들어 나눠주면 귀인들이 그 맛을 보고 반색하며 매우 좋아했다'고 했을 만큼 인기 높은 한민족의 음식이었다.

일제강점기에는 그 화려함과 풍성한 맛 때문에 '요사이 각 요리집에서는 사시(사철)를 물론하고 약밥이 료리상에 오르지 아니하는 때가 업습니다'(1934년 2월 13일 자 조선일보)라고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한 해가 시작하는 연초에 약밥을 먹으면 병에 걸리지 않는다 했으니 그야말로 약으로 여겼음을 알 수 있다. 성현(成俔·1439~1504)은 자신의 문집 허백당집(虛白堂集)에서 '약밥(香飯)을 첫 새벽에 봉하여 임금께 바치면 경연의 학사들에게 나눠 주시네'라고 읊고 있다. 이름처럼 향긋한 맛과 멋이 깃든 음식이다.

박정배 음식 칼럼니스트 기고자 : 박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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