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마이클 플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13일 밤 전격 사퇴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 주미(駐美) 러시아 대사와 제재 해제 등을 논의하고도 이를 은폐하려 한 것이 문제가 됐다. 취임 25일 만이다.

백악관은 최근 북핵 문제를 검토하는 등 주요 외교 이슈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이런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외교·안보 브레인이자 미국의 외교 사령탑인 플린이 낙마하자 안보 정책 전반이 혼란에 빠지게 됐다.

플린 전 보좌관은 지난해 12월 29일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기도 전 세르게이 키슬락 주미 러시아 대사와 접촉하면서 미국의 대(對)러시아 제재 해제를 논의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궁지에 몰렸다. 그는 당초 러시아 대사와 제재 조치에 대해 논의한 적이 없고 전화 통화도 한 번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추후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그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러시아 대사 접촉도 문제였지만 사임을 재촉한 더 큰 이유는 '은폐 기도'였다. 미국 정치에서 은폐 기도는 최악의 실수다. 플린 전 보좌관의 주장을 믿고 공개적으로 플린을 감쌌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션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도 난처한 입장이 됐다.

이날 밤 플린 전 보좌관은 사퇴 입장을 밝히는 글에서 '부주의로 부통령에게 러시아 대사와의 통화와 관련해 불완전한 정보를 보고했다'면서 '대통령과 부통령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고 썼다. 그러나 자신의 트위터에는 '내 행동에 대해 책임지겠지만, 발생한 일에 대해 나만 희생양으로 만들어진 것은 불공정하다고 느낀다'고 적었다. 불만을 직설적으로 표출한 것이다.

플린의 사임에 우리 정부는 당황스러운 기색이다. 정부 당국자는 "그동안 공을 많이 들였고 한·미 동맹을 '찰떡 공조'라고 불러줬던 인물인데 너무 빨리 그만둬 솔직히 아쉽다"고 말했다.

기고자 : 강인선 김진명
본문자수 : 938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