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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 한국전력의 14일 프로배구 V리그 경기에 대해 배구팬들이 "동네 배구에서나 나올 일을 벌였다"며 비난하고 있다. 이 경기에선 한국전력의 주전 세터 강민웅(32)이 동료와 달리 홀로 민소매 유니폼을 입고 뛰다 1세트 중반 퇴장을 당했고, 20여 분간 경기가 중단된 끝에 한국전력의 점수가 11점 깎이는 황당한 사태가 벌어졌다.

강민웅은 원정 경기였던 이날 실수로 붉은색 홈경기 유니폼을 가져왔다. 리그 운영 요강에는 '한 팀의 모든 선수는 같은 색과 디자인의 유니폼을 착용해야 한다. 단, 리베로는 제외'라고 명시돼 있다. 다른 유니폼을 입으면 경기에 나설 수 없는 것이다.

경기가 임박해 주전 세터 없이 경기를 치를 상황이 되자 한국전력 팀 관계자는 평소 잘 알고 지내던 경기도 의왕시 숙소 인근 마트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숙소에 들어가서 유니폼을 갖다 달라"고 부탁했다. 한국전력은 아파트를 숙소로 쓰고 있어 숙소에 남은 구단 관계자가 한 명도 없었다. 마트 주인은 강민웅의 현관 비밀번호를 전달받은 뒤 방에 들어가서 유니폼을 챙겨 경기장으로 갔다.

하지만 전달받은 유니폼은 지난 시즌용인 민소매 유니폼으로, 올 시즌용 반소매 유니폼과 달랐다. 구단 관계자가 아니면 급한 상황에서 쉽게 구별하기 어려운 디자인이었다. 한국전력은 경기감독관에게 문의해 '민소매를 입어도 좋다'는 사인을 받았고, 1세트 초반 강민웅을 경기에 투입했다.

하지만 강민웅은 뒤늦게 유니폼 때문에 퇴장 조치를 당했다. 강민웅이 뛰면서 팀이 얻어낸 점수 11점도 삭감됐다. '규칙을 위반한 선수가 경기를 뛰어 발생한 부정 점수'로 간주된 탓이다. '유니폼 착오→점수 삭감'이라는 명확한 룰은 없다. 다만 국제배구연맹 경기 규칙엔 '로테이션 반칙'과 '불법적인 선수 교체'가 벌어진 경우 '이 규칙을 위반한 시점으로 점수를 되돌린다'고 돼 있다. 연맹 관계자는 "유니폼 착오가 '규정을 어긴 선수가 경기에 영향을 미친 상황'과 비슷해서 유권해석을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KOVO(한국배구연맹)는 "디자인이 다른 유니폼 차림의 선수 출전은 처음부터 금지했어야 한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1세트 중반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도 직접 강민웅의 유니폼에 대해 항의했지만 이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KOVO는 16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해당 경기감독관과 심판을 징계할 예정이다.

기고자 : 임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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