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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日帝) 치하 최대 민족운동 단체였던 신간회(新幹會)가 창립된 지 15일로 90주년이 됐다. 1927년 2월 15일 신간회 창립 대회가 열렸던 서울 종로 YMCA 바로 그 자리에서 절대 독립, 민족 통합의 신간회 정신을 기리는 기념식이 어제 열렸다. 신간회는 함경도부터 제주도까지 전국에 지회(支會)를 149곳 두고 4만명이 회원으로 활동한 민족운동 구심체였다. 일제강점기 36년을 통틀어 이보다 큰 독립운동 단체는 없다. 규모보다 중요한 건 신간회를 이끈 정신이다. 일각에서 자치론, 타협론 같은 관제(官製) 목소리가 고개를 들 때 신간회는 분연히 '완전 독립'을 기치로 내걸었다. 신간회 정신이 있었기에 2000만 우리 민족은 일제 암흑기를 견뎌 광복을 맞고 새 나라를 건설할 수 있었다.

신간회를 만든 선조들은 "조국 독립에 이념 차이가 대수랴"고 했다. 좌·우 이념과 파벌·지역·계층·세대·종교의 벽을 넘어 오로지 독립의 대의(大義)를 이루기 위해 온 민족이 하나로 뭉쳤다. 큰 목표를 위해 소아(小我)를 뛰어넘은 지혜와 결단은 사상의 크기가 있어야 가능하다. 신간회의 주역들은 생각의 그릇이 큰 분들이었다.

조선일보는 자랑스러운 신간회 역사의 한 축을 맡았음을 영광으로 여기며 갈등과 대립의 현시대를 극복해야 할 사명을 무겁게 되새긴다. 조선일보 주필이었던 안재홍은 신간회의 활동 노선을 정하고 조직을 만들었다. 신간회 초대 회장은 이상재 조선일보 사장이었고 창립 대회 사회를 맡은 신석우는 조선일보 부사장이었다. 조선일보는 신간회의 기관지였고, 전국의 조선일보 지국은 신간회 지회 사무실을 겸했다.

북한 핵이 민족 생존을 위협하고 주변 강대국 다툼은 날로 격렬해지는데 우리 정파(政派)는 사분오열해 자기 이익에만 혈안이 돼 있다.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증오와 적대감을 보며 찬탁·반탁으로 나뉘어 죽기 살기 이념 싸움을 하던 해방 직후를 떠올리게 되는 요즈음이다. 민족의 위기 앞에서 작은 것을 버리고 큰길에서 만났던 신간회 선조들이 이 참담한 상황을 내려다보고 통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