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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었지만 흐트러지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지금은 (베네치아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 선정 과정에) 한줌 의혹도 없다는 게 밝혀졌기 때문에 마음 편하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15일 오전, 개인전 간담회에 나선 작가 이완(38)의 목소리가 낮게 잠겼다. 이날 새벽 베네치아 비엔날레 출품작을 배에 실어 보내느라 밤을 새웠단다. 얼굴도 푸석푸석했다. "코디 최(56) 작가가 가장 힘드셨을 거예요. 그래도 이대형 예술감독이 균형을 잘 잡아주셔서 무사히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오는 5월 13일 개막하는 제57회 베네치아 비엔날레 참가를 앞두고 이완이 개인전을 마련했다. 3월 10일까지 서울 성북동 313아트프로젝트에서 열리는 '무의미한 것에 대한 성실한 태도' 전시다. 비엔날레 한국관과 연결된 일종의 '예고편'이란다. 즐겨 활용하던 사진, 영상 작업이 아니다. 채도가 각기 다른 바탕에 굵은 붓을 휘두른, 일종의 '단색화'다.

"일용직 노동자들과 함께 그림을 그렸다"고 했다. "노동자 아홉 분을 시간당 8000원에 고용해 1호짜리 가는 붓을 주고 꼼꼼히 칠해달라 주문했어요. 그 위에 얹은 검정 선은 편의점 같은 데서 물건을 사고 카드로 계산할 때 무심코 그어대는 사인(sign), 혹은 볼펜이 잘 나오는지 확인하려고 빈 종이에 쓱 긋는, 그야말로 무의미한 행위를 뜻합니다. 그 모습이 우리 삶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내가 선택한 삶 같지만 따지고 보면 주위 환경, 불가항력적 시스템에 몰려 어쩔 수 없이 살게 된 삶!" 그림을 그리려 사람을 고용하고, 그 형태가 요즘 유행하는 단색화가 된 건 "미술 시장의 구조와 불균형을 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2014년 삼성미술관 리움 '아트스펙트럼 작가상'을 타면서 이름을 알린 이완은 '카운터밸런스(Counterbalance·평형추)'라는 주제로 구성될 비엔날레 한국관에 출품할 작품 6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아시아 12개국을 돌며 쌀, 젓가락, 설탕 등 한 끼 식사에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만들어본 과정을 담은 '메이드인' 프로젝트와 '고유시(固有時·proper time)' 등이다. "우주선 안에서의 1분이 어느 별에선 1년이 되듯,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잖아요. 전 세계 365명을 만나 인터뷰한 영상인데, 그들의 국적과 출생연도, 직업을 밝혀 각자의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냄으로써 그 다름과 차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할 겁니다."

한국관 하이라이트는 7년 전 서울 황학동에서 수집한 1930년대생 어느 한국 남성의 사진 앨범을 모티브로 꾸민 '미스터K'가 장식한다. "익명의 미스터K가 1세대, 코디 최 작가가 2세대, 막내인 제가 3세대가 되어 저마다 겪은 역사와 경험들을 털어놓는 전시예요. 미스터K는 '우리도 열심히 하면 미국처럼 될 수 있다'는 식의 판타지를 가진 세대였고, 해외에서 유학한 코디 최는 스테이크를 먹기 위해 소화제도 함께 먹어야 했을 만큼 서구 모더니즘을 온몸으로 맞닥뜨리고 충돌하며 받아들인 첫 세대였죠. 우리 세대는 그런 환상이나 충돌 없이 스스로 조절하고 때로 비판하며 살아가는 세대라고 할까요. 그런 것들이 교차하면서 벌어지는 세대 갈등, 좌우 갈등, 지역 갈등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전시가 될 겁니다." (02)3446-3137


기고자 : 김윤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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