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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뇌물죄 입증에 사활]

부정한 청탁과 대가 관계, 얼마나 입증해내느냐가 관건 "새로운 증거 확보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16일)를 하루 앞두고 회의를 거듭했다. 이 문제를 향후 특검 수사의 사활이 걸린 문제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 부회장을 수사한 특검보와 검사들은 14일 영장 청구 이후 거의 잠도 못 잔 채 증거 정리 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규철 특검보는 "(지난달 19일) 영장 기각 이후 저희가 자신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했고, 심사숙고 끝에 영장 재청구 결정을 내렸다"며 "법원의 (까다로운 영장) 심사 기준을 고려하더라도 충분히 재청구할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특검팀이 뇌물공여와 국외재산도피 등 모두 5가지 혐의로 영장을 청구했지만, 결국 '뇌물 혐의'에서 판가름이 날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1차 영장이 기각될 때 법원이 거론했던 '부정한 청탁'과 '대가 관계'를 특검이 얼마나 입증해내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특검팀은 '청탁'을 밝히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獨對)에 집중했다. 박 대통령은 2014년 9월 첫 독대에서 이 부회장에게 '승마협회를 맡아달라'고 했고, 이듬해 7월 25일 두 번째 독대에서는 '승마 지원이 왜 지지부진하냐'고 질책하며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을 요구했다고 특검팀은 파악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구체적으로 청탁한 단서는 찾지 못했다.

그런데 특검팀은 보강 수사 과정에서 2016년 2월의 마지막 독대 때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문제 등과 관련해 청탁한 단서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안종범 전 수석으로부터 "독대 직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이 금융지주회사 문제와 바이오사업 환경 규제 문제를 도와달라고 하니 살펴보라'는 취지의 지시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은 특검팀이 추가로 확보한 안 전 수석의 수첩(39권) 안에도 적혀 있는데, 바로 그 아래에는 '미르·K스포츠재단, 승마, 빙상, 동계영재 지원'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요구한 것들이라고 보고 있다.

'대가 관계'에 대해선 삼성은 "대통령의 강요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지원한 피해자"라고 해왔다. 첫 영장 기각 때 법원은 "지원 경위에 관한 사실 관계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특검팀은 '최순실 게이트' 의혹이 번져가던 지난해 10월 삼성 측이 독일에서 최씨를 만나 지원하기로 했던 213억원 중 덜 준 돈을 올 3월까지 매월 나눠 주기로 약속한 회의 문건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최 원장 미팅 결과'라는 이 문건에는 삼성이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지원했던 말 세 필을 정씨의 승마 코치에게 맡겨뒀다가 2018년 소유권을 최씨에게 넘겨준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고 한다. 이는 일반적으로 강요나 공갈 피해자의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특검팀의 주장이다.

[삼성, 의혹 반박에 총력]

"죄명만 늘어… 다시 소명할 것" 9조 베팅한 하만 인수에 '악재'… 외신도 "영장 재청구는 이례적"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16일)를 앞두고 어느 때보다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15일 오전 서울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수요 사장단 회의에 참석한 주요 계열사 CEO(최고경영자)와 미래전략실 간부들은 극도로 말을 아꼈다.

특히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한 번 기각됐다 재청구된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15일 새벽 발부되자, 삼성은 이 부회장 영장 실질심사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웠다.

삼성 미전실 법무팀은 특검이 지난 14일 오후 구속영장을 청구한 직후부터 주요 혐의에 대한 반박 논리와 근거를 준비하며 실질심사 대비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이 부회장도 15일 하루 종일 서초사옥에 머물며 법무팀과 영장 실질심사에 대비했다.

삼성은 대외적으로는 특검의 영장 재청구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지난달 1차 영장 때 특검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몸을 낮추던 것과는 달라진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재청구된 영장을 보면 혐의만 늘어났을 뿐, 지난달 1차 영장과 비교할 때 새로운 사실이 추가된 것은 거의 없다"며 "제기된 의혹들이 사실이 아님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계에선 특검이 영장에 다섯 가지나 되는 혐의를 적시한 것에 대해 비판적인 지적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특검이 영장을 받아내기 위해 '저인망식'으로 온갖 죄명을 갖다 붙인 뒤 '이 죄가 아니면 저 죄'식으로 영장을 친 것"이라며 "글로벌 기업을 마치 '파렴치범'처럼 다루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는 "영장 실질심사에서 사실 관계를 다시 한 번 명확히 소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재청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15일 오후 삼성전자 IR팀에는 해외 투자자들의 문의가 이어졌다. 다음 달 20일 전후로 예정된 주총을 앞두고 특검 수사 상황을 체크하는 연락이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IT(정보기술) 산업이 급변하는데 특검 수사로 인해 주요 투자 결정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우려가 크다"고 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아직 주총 안건도 정하지 못했다.

이날 일부 외신도 특검의 구속영장 재청구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뉴욕타임스는 "중요한 증거가 새롭게 나타나지 않았는데, 구속영장 재청구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의 경영 공백도 장기화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9조원 이상 베팅한 미국 자동차 전장(電裝·전자장비)기업 '하만' 인수·합병의 변수(變數)도 커졌다. 하만은 17일(현지 시각) 미국 코네티컷주 스탬퍼드시에서 임시주총을 열고 삼성전자와 합병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일부 주주가 합병 반대 소송까지 낸 상태에서, 특검 수사가 다른 주주들에게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표] '이재용 영장 재청구' 쟁점과 특검, 삼성의 주장 기고자 : 최재훈 신동흔 이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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