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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에코, 애플 시리, 구글 홈. IT의 패러다임 변화가 심상치 않다.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반도체 기술은 우리 사회 모든 분야의 효율성을 증가시키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인간이 정해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IT가 존재하는 것이고, 최종적으로 IT를 사용하는 것 역시 소비자다. 하지만 IT는 빠르고, 논리적이고, 병렬 처리가 가능하지만 인간은 느리고, 비합리적이며,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지 못한다. 호모 사피엔스와 IT, 마치 물과 기름 같은 두 존재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바로 유저 인터페이스(UI)다.

세계 최초의 컴퓨터 에니악(ENIAC)과 인간의 소통은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이진법 기계어로 구성된 명령을 하나하나 펀치 카드에 찍어내야 했으니까. 고급 프로그래밍 언어가 등장하고 1967년 개발된 Datapoint 3300을 시작으로 키보드로 입력한 명령을 모니터로 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문서가 아닌 2, 3차원적인 그래픽이라면? 1968년 독일 텔레풍켄사가 개발한 마우스, 그리고 1973년 Xerox Alto 컴퓨터를 시작으로 오늘날 사용되는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가 도입되었다.

키보드, 마우스, 그리고 모바일 상황에서 사용되는 터치.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지난 수십만년 동안 인류는 마우스나 키보드 없이도 소통하지 않았던가? 바로 언어를 통해서다. 그렇다면 우리가 원하는 것을 기계에 직접 말로 전달할 수는 없을까? 이번 라스베이거스 CES에서 소개된 많은 기계가 인공지능 음성 인식 기술을 탑재한 이유다. LSTM이라는 딥러닝 기술 덕분에 드디어 기계가 인간의 말을 알아듣기 시작했다. 말을 알아듣는 기계는 차세대 보이스 유저 인터페이스(VUI)에서 오늘날의 마우스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그리고 기계가 진정으로 인간의 말을 이해하기 시작한다면 기름과 물 같았던 인간과 기계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음성 운영 체제(Voice Operating System)의 시대가 마침내 시작되는 것이다.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기고자 : 김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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