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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콜세지를 찾습니다. 시체·행인·거지라도 좋으니 맡겨주세요."

배우 남정우(35)씨가 4년간 마틴 스콜세지(74) 감독을 찾아 헤맨 끝에 그의 신작 영화 '사일런스'에 출연하게 됐다. '택시 드라이버' '갱스 오브 뉴욕'의 거장 감독 스콜세지가 각색에만 15년 매달린 작품이다. 일본 작가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이 원작으로, 천주교 박해가 한창이던 17세기 일본으로 떠난 선교사들 이야기다.

남씨는 대학 시절 연극 동아리에서 '침묵'의 신부를 연기하며 배우의 꿈을 키웠다. 이후 2006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으로 데뷔해 연극 '이',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등에 출연했다. 그는 '침묵'이 영화화된다는 소식을 듣고 "대학 시절 받은 감동을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어" 감독과 캐스팅 디렉터에게 메일 수십 통을 보냈다.

2013년 무작정 뉴욕으로 날아가 한 달 동안 매일 감독의 사무실로 출근하다시피 했지만 허사였다. 2년 뒤 대만에서 촬영한다는 소식을 듣고선 현장에 찾아가 하루 열 시간씩 피켓 들고 기다렸다. 보름 동안 자리를 지킨 끝에 겨우 대만 스태프의 마음을 열었고 오디션을 거쳐 마을 주민 역할을 따냈다.

그는 "일본 공연을 갈 때도 '침묵' 책을 들고 갈 정도로 빠져 살았다"고 했다. 일본인 친구들을 통해 원서와 17세기 사료를 모았고 당시 일본 사투리까지 공부했다. 일본에서 공연으로 번 돈 150만원을 전부 뉴욕행 항공권 구매에 썼다. "비록 단역이지만 누구보다 이 작품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합니다."

2015년 2월부터 천둥이 치고 비가 쏟아지는 날 대만과 일본 배우들에 둘러싸여 첫 촬영을 했다. "짚신 신고 진흙 바닥을 굴렀지만 스콜세지 감독의 '훌륭해(Great)!' 한마디에 괴로움이 싹 사라지더라고요." 그는 짧은 영상으로 SNS에 꾸준히 올린 도전기를 편집해 다큐멘터리 '스콜세지를 찾아라(Finding Scors ese)'도 만들었다. 영화 '사일런스'는 오는 28일 개봉 예정이다.

기고자 : 백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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