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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념, 지역, 계층, 세대, 성별을 넘어서 민족의 올바른 길을 위해 뜻을 모은 신간회 순국선열 앞에서 무거운 마음으로 다짐하게 됩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좌·우 세력은 상호 적대적인 감정을 버리고 서로 협력해야 할 것입니다."(강지원 신간회기념사업회장)

일제 치하 국내 최대 항일민족운동단체였던 신간회(新幹會)의 창립 90주년 기념식이 15일 오전 신간회 창립식 개최 현장인 서울 종로2가 YMCA회관 2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신간회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월남이상재선생기념사업회, 민세안재홍기념사업회가 주관한 이날 행사는 신간회 강령·회가(會歌)와 약사(略史) 낭독, 기념사와 축사, 90주년 기념사업 계획 보고 등의 순서로 1시간가량 진행됐다.

신간회는 1927년 2월 15일 국내 비(非)타협적 민족주의 세력과 사회주의 세력이 '절대 독립'이라는 단일 목표 아래 민족 협동 전선으로서 출범한 단체다. 조선일보 사장 이상재가 회장, 천도교 원로 권동진이 부회장으로 선출됐다. 전국과 해외에 여러 지회(支會)를 두고 순회 강연회 등을 통해 민족교육 장려, 농민·노동·여성운동 지원 활동을 벌였다. 광주학생독립운동 옹호, 재만(在滿) 동포 지원에도 힘썼다. 일제의 탄압과 코민테른의 지시에 따른 사회주의 세력의 이탈로 인해 1931년 5월 해소됐다.

당시 조선일보는 이상재 사장, 신석우 부사장, 안재홍 주필, 한기악 편집국장 등 주요 인사들이 신간회 간부를 맡고 중앙과 지방 활동을 상세히 보도하는 등 사실상 신간회 기관지 역할을 했다.

이념을 뛰어넘은 사회 통합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진 상황에서 열린 이날 기념식은 예년보다 훨씬 달아오른 분위기였다. "우리는 정치적·경제적 각성을 촉진함, 우리는 단결을 공고히 함, 우리는 기회주의를 일체 부인함"이라는 신간회 강령이 낭독되자 큰 박수가 터졌다.

이상복 월남이상재선생기념사업회장은 기념사에서 "9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분단된 채로나마 독립은 되었으나, 아직도 좌·우 대립과 사회적 불평등, 부패 만연과 빈부 격차로 신음하고 있다"며 "사회적 갈등과 대립을 감싸 안는 새로운 신간회가 요망된다"고 말했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홍준호 발행인이 대독한 축사에서 "민족의 이익을 앞세우고 하나가 됐던 신간회 창립 때의 마음을 되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현 전 신간회기념사업회장(세계평화포럼 이사장)은 목이 메는 듯한 목소리로 "정말 나라가 위기에 섰는데…, 다시 섭시다"고 했다.

'신간회 순국선열께 드리는 감사편지'를 낭독한 평택 한광여고 2학년 최은수양은 "제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것은 모두 독립운동가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덕택"이라며 "평화통일을 이루는 더 큰 대한민국을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경근 서울지방보훈청장, 나중화 광복회 부회장, 김시명 순국선열유족회장, 이문원 전 독립기념관장, 유동준 정조대왕기념사업회장, 이석하 서울YMCA 회장, 정하성 바울선교회장, 이의익 전 대구광역시장, 이달순 수원대 명예교수, 신화수 고령신씨 대종회장, 이상재 선생 증손 이덕규·이공규씨, 안재홍 선생 손자 안영돈씨와 손녀인 안혜초 시인 등 신간회 지도자들의 유족,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민승 김상옥의사기념사업회장, 김상한 윤세주열사기념사업회장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기고자 : 유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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