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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경남지사가 16일 '성완종 리스트' 와 관련한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서2심 무죄 판결을 받음에 따라 보수 진영 대선 레이스에 상당한 변수가 생겼다.

인터넷 등에선 보수 성향 네티즌을 중심으로 "'홍 트럼프'가 부활했다" "'한국의 두테르테(필리핀 대통령)'가 온다"며 들썩이는 모습도 관측됐다. 반면 야권 지지자 등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이어) 또 다른 '기름장어'가 등장했다"며 관련 기사에 부정적인 댓글을 달았다. 홍 지사는 이날 특유의 '입담'을 통해 자유한국당 후보로 대선 경선에 출마한 뒤 '보수 단일화'를 하겠다는 방향을 시사했다.

홍 지사는 이날 서울 서초동 고등법원을 나서면서 지지자가 건네준 태극기를 손에 들었다. 이어 여의도 소재 경남도 서울 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그동안 심려를 끼쳐 드려 진심으로 송구하다"고 했다. 홍 지사는 대선 출마 입장에 관한 10여 차례 질문에 "아직 말할 때가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홍 지사는 "지금 대한민국은 천하대란(天下大亂)의 위기에 처해있다. 대란대치(大亂大治)의 지혜를 발휘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어 "지금 대선 후보로 나온 사람들을 보면 마치 슬롯머신 앞에 앉아서 10센트 넣고 100만달러 기대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주변 인사들은 홍 지사가 대선 출마 의사를 거의 굳혔다고 보고 있다.

홍 지사는 이번 사건에 연루되면서 자유한국당 당원권이 정지돼 있다. 그는 한국당 탈당 여부와 관련해선 "이 당은 보수 우파 진영의 본산이었고 박근혜 사당이 아니기 때문에 쉽게 떠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친박계를 향해 독설을 쏟아냈다. "친박계는 박근혜 대통령 치맛자락 잡고 있던 사람들" "친박은 궤멸할 것이라고 진작부터 봐 왔다" "이 정부의 일부 '양박'들, 양아치 같은 친박들하고 청와대 민정의 주도하에 내 사건을 (조작해서) 만들었다"고 했다.

홍 지사는 바른정당에 대해선 "바른정당이 갈라서게 된 배경이 '양박'들 때문"이라며 "이런 문제가 해소되면 양당이 같은 길로 갈 수 있을 걸로 본다"고 했다. 한 관계자는 "홍 지사가 자유한국당에서 경선을 승리한 뒤 바른정당에서 확정된 후보와 보수 단일화를 하겠다는 생각 아니겠냐"고 했다.

홍 지사의 정치 이력을 봤을 때 친박이나 바른정당 어느 쪽과도 쉽게 손잡기는 어렵다. 2011년 7월 홍 지사는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친박계 등의 지지로 당대표에 당선됐지만, 4개월 만에 '디도스 사태' 등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당시 홍 지사를 끌어내리는 데 앞장섰던 인사들이 현재 바른정당 소속인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다. 홍 지사는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경남도지사 공천 경선에서 박완수 의원을 미는 친박계와도 강하게 대립했다. 친박이나 비박 모두와 구원을 가진 셈이다.

한국당 내에선 '홍 지사가 친박계를 강하게 비판함으로써 친박계가 미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대선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해석도 나왔다. 다만 홍 지사의 한국당 내 기반은 그리 탄탄하지 못하다. 의원들 가운데 측근은 경남 부지사를 지낸 윤한홍 의원 정도다. 그럼에도 홍 지사가 이날 친박계와 강하게 맞서는 모습을 보인 것은 보수층 유권자에게 직접 어필해 단숨에 유력 대선 주자로 진입하기 위한 전략이란 분석이다. 기고자 : 선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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