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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구속으로 삼성전자 외국인 투자자들의 입김이 거세질 전망이다. 일부 외국인들이 삼성전자의 리더십 공백(空白)을 틈타 대규모 배당을 요구하거나 삼성전자의 미국 증시 상장을 요구하는 등 자신들 이익을 극대화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여기에 정치권에서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상법개정안을 통과시킬 방침을 굳히고 있어 삼성으로서는 외국인 투자자의 공세에 대한 방어 수단도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경영권 감시와 주주 이익 옹호라는 명분을 내세워 경영에 참여한 뒤 우리나라의 반(反)기업 정서를 이용해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취약한 지배구조 집중 공격하는 외국인 투자자

17일 현재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은 50.5%로 절반이 넘는다. 반면 이건희 회장과 삼성물산 등 대주주 지분은 18.15%에 그친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260조원을 넘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적대적 M&A(인수합병)를 시도하기는 힘들겠지만 핵심 경영진의 구속 사태를 활용해 갖가지 요구를 해올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주가가 190만원 대에 이르는 삼성전자는 대부분 대형 기관 위주로 외국인 주주가 구성돼 있어 쉽게 세력을 규합할 수 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 당시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이 외국인 투자자를 규합해 삼성을 압박한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의 취약점을 파악하고 자신감을 얻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공세는 이미 진행형이다. 대표적인 것이 배당 확대다. 삼성전자는 원래 배당에 인색하다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최근 수년 새 배당 규모를 눈에 띄게 확대했다〈그래프 참조〉. 올해는 사상 최대인 3조9919억원의 현금 배당(2016년분)과 함께 9조3000억원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총 규모가 13조원으로 지난해 삼성전자의 당기순이익 22조7300억원의 절반이 넘는다. 이 역시 삼성전자 지분을 고작 0.62%밖에 보유하지 않은 엘리엇이 다른 외국인 투자자들과 함께 삼성전자를 압박한 탓이다. 삼성전자 고위 임원은 "삼성전자는 배당으로 돈을 쓰기보다는 과감한 선행 투자를 통해 기업을 키워왔는데, 이건희 회장부터 해왔던 '선택과 집중' 방식의 성장정책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규제법안 줄줄이 대기… 앞으로가 더 문제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개선작업에 제동이 걸리는 것도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더없이 유리한 상황이다. 삼성은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 자회사로 나눠 삼성전자 사업 자회사에 대한 경영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진행해왔지만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이 끝날 때까지 상당 기간 지연되는 것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기업 감사위원 선임 때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등 규제 법안이 줄줄이 나와 삼성전자 경영권은 갈수록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국내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일로 주가 하락 폭이 클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은 집요하게 보상을 요구하며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관철시키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만약 삼성전자 실적까지 나빠질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 분할설을 다시 들고나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오래전부터 삼성전자를 반도체 등 부품부문과 TV·모바일 등 완성품 부문으로 분할해 나스닥에 상장하라는 요구를 해왔다. 삼성전자도 국내에서 각종 규제에 시달리느니 외국인 투자자 요구대로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 게다가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은 반도체를 제외하면 스마트폰은 베트남, TV와 가전은 중국·멕시코, R&D(연구개발) 부문은 미국 실리콘밸리, 인도 벵갈루루 등으로 상당 부분 이전돼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나스닥 상장이 실현되면 삼성전자 운영의 중심축이 미국으로 옮겨지는 것"이라며 "이탈리아 국민 기업 피아트-크라이슬러도 대주주의 경영권이 보장된 네덜란드로 본사를 옮겼다"고 말했다.

[그래픽] 삼성 오너가 주요 계열사 지분 / 삼성전자 지분 구조

[그래픽] 삼성전자 최근 자사주 매입 규모 / 삼성전자 최근 배당 규모

[표] 삼성 수뇌부의 집단 공백 기고자 : 신동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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