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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쿠알라룸푸르공항에서 독극물 공격으로 사망한 김정남의 시신을 북한으로 인도하는 것과 관련해 말레이시아 경찰이 북측에 'DNA 확인 절차'를 요구하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압둘 사마흐 마트 슬랑오르주 경찰청장은 17일 "가족의 DNA 샘플이 있어야 사망자 신원을 확인하고, 시신을 인수할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DNA를 받기 전까지는 시신을 인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직계가족이나 친척의 DNA를 받아 확인하고 나서 시신을 인도하겠다는 뜻이다. 또 "지금까지 시신 인도를 요청한 곳은 북한 대사관이 유일하지만, (유족이 요구하면) 시신을 인수할 권한을 유족에게 우선적으로 주겠다"고 말했다.

앞서 아흐마디 자히드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전날인 16일 "북한의 요구에 따라 관련 절차를 밟은 후 시신을 북한에 인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 대사관 측은 그 직후 말레이시아 경찰에 시신을 즉각 인도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면서 북한의 시신 인도에는 적잖은 난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복잡한 절차가 진행되면서 시간도 상당히 소요될 전망이다.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경찰이 DNA를 요구하는 이유가 신원 파악이 아직 덜 됐다고 판단해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통상 외국인이 사망했을 경우 신원 확인 후 대사관과 협의를 통해 시신을 인도할 수 있지만, 이 사건은 통상적인 경우가 아니어서 경찰이 더 엄격하게 처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족이 DNA 샘플을 제공하게 되면 김정남의 시신이 우선 중국으로 인도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남이 함께 살았던 부인 이혜경과 아들 한솔, 딸 솔희가 마카오에서 중국 당국의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외교가 소식통은 "북한으로 보냈다가 부관참시를 했다는 보도가 나오게 되면 말레이시아의 국제적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다"며 "유족이 있는 중국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지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