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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의 피살을 계기로 북한의 외교적 고립이 한층 더 심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 의회에서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다. 김정남이 북한에 의해 암살당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다음 달 유엔 인권이사회 전체회의의 북한인권결의안에 관련 내용이 반영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미 하원 외교위 테러·비확산·무역소위의 테드 포(공화당·텍사스) 의원은 "김정은이 이복형을 암살했다면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김정남 암살의 배후가 북한으로 드러나면 미 의회와 행정부가 즉각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절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미 의회에는 지난 1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자는 법안이 발의돼 있다.

미 국무부의 '국제적 테러리즘을 지원하는 국가' 명단에 오르면 대북 제재 그물망은 더욱 촘촘해진다. 미국은 1987년 11월 북한의 해외공작 부서였던 노동당 35호실이 대한항공(KAL)기 858편을 폭파하는 사건을 일으키자 1988년 1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2008년 미국과 북한 간 협상에 의해 북한이 영변 핵시설의 냉각탑을 폭파하고 핵 검증 합의에 응하기로 하자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해줬다.

미 국무부 자료에 따르면 ①여러 국가의 시민·영토가 관련되고 ②정치적 동기를 지닌 계획적 폭력 행위가 ③민간인을 대상으로 ④준국가단체나 비밀 요원에 의해 가해졌을 때 '국제 테러'로 볼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김정남 암살 사건이 북한의 소행으로 드러날 경우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베트남 등 여러 나라가 관계돼 있고, 피해자가 민간인이며, 정치적 목적에 의해 계획적 폭력이 행사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테러지원국 재지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국가에 의한 인권침해 행위로도 볼 수 있어,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에서 언급될 가능성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