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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민이 이영애를 꺾을 줄이야. 수목드라마 경쟁에서 남궁민(39)이 주연으로 나선 '김과장'(KBS2)이 13년 만에 돌아온 '한류 여신' 이영애의 '사임당: 빛의 일기'(SBS)를 누르고 승세를 확실히 굳혔다.

2회까지 시청률(닐슨코리아) 9.1%포인트 차로 뒤지던 '김과장'은 4회에서 1.5%포인트 차로 뒤집기에 성공한 이후 계속 격차를 벌리고 있다. 지난 16일 '김과장' 8회는 17.5%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한 반면 '사임당' 8회는 10.3%에 머물렀다. 독보적 스타 없는 직장 생활 코미디가 제작비 200억원 들인 대작을 이긴 것이다.

'김과장'은 통쾌한 스토리와 조연들의 탄탄한 연기는 물론 짐 캐리를 방불케 하는 남궁민의 코믹 연기가 가장 큰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크게 한탕 '해먹기' 위해 대기업에 입사한 직장인을 연기하는 남궁민은 뻔뻔하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역할을 유쾌하고 섬세하게 소화한다. 애드리브가 워낙 뛰어나 '코믹 신(神)'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이번 드라마에서 처음으로 단독 주연을 맡은 남궁민은 원래 1순위 캐스팅 대상이 아니었다고 한다. 차태현 등 스타급 남자 배우 여럿이 물망에 올랐으나 캐스팅 난항을 겪으면서 드라마 편성 자체가 뒤로 밀리기도 했다. 남궁민은 한 계단씩 차근차근 밟아 올라온 대기만성형 배우다. 중앙대 기계공학과 출신인 그는 교장선생님을 지낸 아버지 반대를 무릅쓰고 연기 수업도 제대로 받지 않은 채 무작정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고 한다.

SBS 시트콤 '대박가족'(2002)을 통해 데뷔한 그의 별명은 '리틀 배용준'. 일본 방송사와 잡지사로부터 대역 인터뷰 요청을 받았을 정도로 선한 미소가 닮았다. 자기만의 색깔을 찾기 위해 머리 스타일도 바꾸고 안경도 벗었다.

영화 '비열한 거리'(2006),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2011) 등에서 주목받긴 했지만 늘 조역 전문으로 통했다. 김재원, 공유, 김주혁, 조인성 등이 주연으로 나선 작품에 등장해 남자 주인공의 연적이 되거나 남자 주인공을 질투하고 괴롭히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면을 보여주지 않으면 소모될 수밖에 없는 역할이기 때문에 항상 생각을 더 많이 했다"며 "한번에 확 뜬 게 아니라 꾸준히 발전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종의 열등감이 내 강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SBS '리멤버'에서 극악무도한 재벌 2세 역할로 주인공보다 더 큰 주목을 받으며 강렬하게 폭발하기 시작했다. 원래는 분량이 적었지만 워낙 화제가 되다 보니 마지막회까지 계속 출연했다. 석 달 뒤 SBS '미녀 공심이'에서 코믹하고 따뜻한 동네 변호사로 변신해 악역 이미지를 금세 떨치고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다음 작품이 '김과장'이다.

그는 드라마 시작 전 '시청률 15%를 넘으면 동료 배우들과 함께 직장인들에게 커피 1000잔을 돌리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곧 실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