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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개봉하는 영화 '사일런스'(감독 마틴 스코세이지)는 종교와 문학, 영화가 삼중(三重)으로 중첩된 작품이다. 원작은 종교적 주제를 즐겨 다뤘던 일본 작가 엔도 슈사쿠(1923~1996)의 소설 '침묵'이다. 고문과 학살을 서슴지 않는 17세기 일본 막부의 가톨릭 탄압 속에서도 포교 활동을 위해 목숨을 걸고 일본에 잠입했던 포르투갈 사제(司祭)들의 실화에서 착안했다. 슈사쿠와 이탈리아계 미국인 스코세이지 감독은 모두 가톨릭교도다. 가톨릭과 일본 문학, 미국 영화라는 복잡한 '삼중 코드'를 해독하기 위해 종교·출판·영화 담당 기자들이 시사회장으로 달려갔다.

종교 전문기자인 김한수 기자는 원작 소설과 영화 사이의 간극에 주목했다. "소설에서 신앙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순교(殉敎)'와 목숨을 위해서 신앙을 버리는 '배교(背敎)'는 사실상 종이 한 장 차이로 묘사되어 있지만, 영화에서는 그 간격을 지나치게 벌려 놓은 감이 있다." 김 기자는 "박해의 이미지를 강하게 부각하기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소설의 지적 분위기가 영화에서는 고문극으로 변질된 아쉬움은 남는다"고 했다.

지난해 교황청 시사회에 참석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스코세이지 감독을 만나 작품의 성공을 기원했다. 김 기자는 영화에도 종교적 분위기를 드러낸 장면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천신만고 끝에 일본에 도착한 로드리게스 신부(앤드루 가필드) 일행이 은신처에서 일본인 신자들에게 음식을 받아 허겁지겁 먹는 장면을 예로 꼽았다. 김 기자는 "신부들은 그냥 음식을 '폭풍흡입'하려다가 신자들이 십자성호(十字聖號)를 긋고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기겁해 내뱉는다"며 "당초 소설에는 없는 이 장면은 사제들이 이후 겪게 될 인간적인 고통과 고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엔도 슈사쿠의 '침묵'은 1980년대 번역 출간 이후 국내에서도 50여 쇄를 거듭할 정도로 사랑받았다. '침묵'을 감명 깊게 읽었던 출판 담당 어수웅 기자는 정작 영화에는 다소 비판적이었다. "문학에는 문학 고유의 문법이, 영화에는 영화적 문법이 존재한다. 이 영화는 문학의 문법으로 영화를 만들려고 시도했던 건 아닐까." 이를테면 원작 소설은 초반부에 1인칭으로 서술하다가, 중반부터 3인칭으로 화자를 바꾸는 입체적 화술(話術)을 구사한다. "반면 영화는 시종일관 3인칭 카메라로 서술하다가 원작 소설에서 비중이 두드러지지 않았던 등장인물을 마지막 10분에 부각하는 등 평면적 구성에 머물고 있다"는 평이다. 어 기자는 "이 영화는 선의(善意)가 늘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고 말했다.

영화 담당 김성현 기자는 "2시간 40분 내내 숨 막힐 정도로 정적(靜的)인 분위기를 유지하는 작품에서 전후(戰後) 일본 영화의 영향이 강하게 묻어났다"고 말했다. 피사체를 위압적으로 내려다보는 법 없이 고정된 카메라가 등장인물과 같은 눈높이에서 촬영하는 기법에서 일본 감독 오즈 야스지로(1903~1963) 등의 작품이 연상됐다는 것이다.

김 기자는 "투옥된 포르투갈 신부의 시선에서 감옥 밖의 고문 장면을 보여주는 대목을 제외하면 빠른 편집이나 근접 촬영도 없이 무덤덤하고 객관적인 거리를 취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래픽] 영화 '사일런스' 삼시세평

기고자 : 김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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