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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을 구경할 수 없는 사막의 나라에서 피겨스케이팅에 도전하는 선수가 있다. 그것도 여성의 신체 노출을 엄격히 금지하는 이슬람 국가에서 왔다. 주인공은 UAE(아랍에미리트연합) 최초의 여자 피겨 선수, 자흐라 라리(22)다. 그는 19일 개막한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여자 피겨 스케이팅(23일)에 출전한다.

AFP통신은 "자흐라 라리는 히잡을 쓰고 국제대회에 출전했던 최초의 여성 피겨 선수"라고 전하고 있다. 이슬람 교리에 따라 긴소매에 바지를 입고 머리에는 히잡을 두른 채 은반을 가른다. 아직 국제대회 입상은 없지만, 그는 최근 UAE 언론 더 내셔널과의 인터뷰에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이 가장 큰 꿈"이라고 말했다.

라리가 내년 평창에 출전한다면 동계올림픽 사상 첫 '히잡을 쓴 여자 선수'가 된다. 2004 아테네 대회 육상의 루카야 알 가사라(바레인)를 최초로 리우올림픽 이브티하즈 무하마드(펜싱·미국)까지, 하계올림픽에선 '히잡 쓴 선수'가 종종 등장했지만 동계올림픽에선 아직 히잡을 쓴 여자 선수가 출전한 경우가 없었다.

라리는 12세 때 피겨를 소재로 한 영화 '얼음 공주'를 보고 피겨 선수를 꿈꿨다고 한다. 보수적인 이슬람 문화 때문에 그의 아버지를 비롯해 주변 반대가 심했다. 그래도 "피겨를 사랑한다"는 라리의 고집을 꺾진 못했다. 피겨 선수로는 한참 늦은 12세에 입문했지만, 라리는 최근 이탈리아, 헝가리 등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꾸준히 출전하며 평창에 도전하고 있다. 라리는 "UAE 소녀들에게 롤모델이 되고 싶다. 누구든지 장애물을 극복하고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기고자 : 석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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