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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내년이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14%를 차지하는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8년 후에는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된다. 생산 가능 인구는 지난해 3704만명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2050년에는 2535만명으로 줄어든다. 세금 낼 사람은 크게 줄어드는 반면 세금으로 보살펴야 할 사람은 급증하는 것이다.

고령화는 이제 국가적 어젠다이다. 노동 인력 감소, 사회보장 비용 증가, 내수 위축, 그리고 장기 침체가 동반되면서 결국 국가의 성장률과 경쟁력이 하락한다. 그래서 미국·일본·EU 등 각국은 고령화 대책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그들이 대응하는 기본 원칙은 국민 각자가 스스로 준비하는 것이며, 정책적 수단은 정부가 세제를 통해 이를 지원하는 것이다. 이 원칙에 따라 정부의 무상 공적 부조를 대폭 축소시키고 사적 연금에 대한 소득공제나 세액공제, 그리고 보험료 지원 등의 혜택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고령화 대책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체계성과 일관성이 부족해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퇴보하는 정책도 있다. 2014년 근로소득세 개편은 민영 연금보험료에 대한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혜택이 크게 감소했다. 최근의 저축성보험 보험차익 비과세법 개정 역시 월납의 경우 보험료 150만원, 일시납은 1억원을 초과할 경우 세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이전보다 불리해졌다. 이 법령은 '노후 보험료로 1억원을 낼 수 있으면 부자'라는 인식에 바탕한 것이다. 하지만 1억원은 연금으로 월 250만원씩 받으면 4년을 넘기기 어렵고, 종신으로 받으면 월 35만원에 불과하다. 월납 150만원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부자가 아니다.

정부는 소득세 면세 구간에 있는 저소득층 국민도 보호해야 하지만 소득세율 6%부터 40%에 해당하는 근로소득자들이 스스로 노후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준비 안 된 국민이 많으면 국가 재정으로 최저 생활을 보장해야 하니 결국 '소탐대실'이다. 각 개인도 재무적 준비를 스스로 해야 한다. 긴 고통이 수반될 수도 있겠지만 흡연이나 과도한 사교육 같은 지출을 조정해 노후 재원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퇴직 후 30년이 축복일지 불행일지는 기본적으로 본인에게 달렸다.

이수창 생명보험협회 회장 기고자 : 이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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