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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피습을 당한 김정남은 그 직후 공항 요원에게 상황을 말로 설명하고, 스스로 의무실까지 걸어갔다. 이 상황만 보면, 청산 가스나 용액에 의한 피살로 보인다는 게 법의학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청산 가스나 용액이 체내에 들어가면 대개 처음에는 멀쩡하다가 10여분이 흐르면서 세포 호흡이 멈춰 사망하기 때문이다. 김정남 입에서 거품이 났다는 목격자 진술도 청산 가스 독살과 일치하는 소견이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당국이 1주일 가까이 정확한 사인을 못 밝히고 있는 점은 의문이다. 고려대 의대 법의학교실 박성환 교수는 "청산 용액이었다면 셔츠의 얼룩만 조사해도 금세 결과를 알 수 있을 텐데, 지금도 사망 원인을 못 밝히는 것으로 보아 청산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용한 독극물이 독살에 흔히 쓰이는 물질이 아니거나 새로 개발한 성분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학과장 출신인 김유훈 전문의는 "독극물 사망 사건이 생기면 청산·카바마이드(농약류)·알칼로이드 물질(마약류) 등 8~9개 범주의 독·약물 테스트를 먼저 해서 걸러내는데, 이번 경우 그 목록에서 벗어난 새로운 형태의 독극물이라 쉽게 못 밝혀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남의 독살이 과거 소련 KGB의 암살 방식과 비슷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캐나다 군사평론지 칸와(漢和)디펜스리뷰의 편집장 핑커푸(平可夫)는 "강력한 심장 쇠약을 일으켜 심장 발작에 의한 자연사처럼 보이도록 하는 것은 KGB가 썼던 수법"이라며 "이번 독살이 김일성 일가의 심장병 병력까지 고려해 이뤄진 것 같다"고 말레이시아 중문 매체 중국보에 밝혔다.

1961년 KGB 요원 보그단 스타친스키가 우크라이나 출신 망명 정치인 스테판 반데라를 독극물 스프레이로 암살했다. 반데라는 스타친스키가 뿌린 스프레이를 들이마시고 쓰러진 뒤 곧바로 숨을 거뒀다. 독극물은 몇 분 지나지 않아 증발해 흔적을 찾을 수 없었고, 당시 사인은 고혈압에 의한 심장마비였다.

부검 결과 발표가 늦어지는 데 대해 각종 의혹이 제기되자 수브라마니암 사타시밤 말레이시아 보건부 장관은 20일 "보통 부검에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할 때 이르면 오는 22일 부검 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독극물 분석을 거의 다 했으나 북한의 항의에 대비해 제3국 추가 검사로 명백한 증거를 확보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기고자 : 김철중 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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