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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당초 오는 24일 탄핵 심판 최종 변론을 열어 증거 조사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선고 준비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 측이 "3월 2일 또는 3일로 최종 변론을 미뤄 달라"고 요청하자 22일 그에 대한 결론을 밝히겠다는 것이다.
이 대행은 그러면서 "박 대통령이 최종 변론에 참석할 것인지 여부를 22일 이전까지 확정해 달라"며 "최종 변론 후에는 대통령이 변론을 다시 열어 달라고 해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만약 박 대통령이 헌재 심판정에 출석한다면 준비할 시간을 주기 위해 최종 변론을 며칠 늦추는 것을 검토할 수는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예고했던 대로 24일 변론을 종결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행은 "대통령이 출석하신다면 관련 법에 따라 재판부나 국회 소추위원 측에서 (대통령을) 신문할 수 있다"며 "재판부나 소추위원 측에서 질문하는 부분에 대해 대통령이 적극 답변하시는 것이 대통령에게도, 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데도 훨씬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최종 변론에선 대통령의 '최후 진술'만 들을 수 있을 뿐 질문은 할 수 없다는 박 대통령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 측 이중환 변호사는 "(출석 문제를) 대통령과 상의해보겠다"고 했다. 재판부가 "지금까지 (여러 차례) 상의한다고 하셨는데 시간이 꽤 흘렀다"고 하자 이 변호사는 "(대통령에게 질문할 수 있는지에 관한) 재판부의 답변을 확인한 후에 (상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변호인단은 이날 변론 직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심판정(법정)에 나와서 신문을 받는 게 국가 품격을 위해서 좋겠느냐"며 "이제 대통령 출석에 대한 질문은 그만하시라"고 했다. 이를 두고 헌재 내부에선 "박 대통령의 출석이 어렵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결국 오는 24일 변론 종결에 이은 3월 9일 또는 10일 선고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는 것이다.
헌재는 이날 '최종 변론 연기 요청'에 대한 결정만 잠정 보류했을 뿐 박 대통령 측이 낸 각종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을 폭로한 고영태씨를 증인으로 불러 달라는 요구에 대해 이정미 대행은 "이번 탄핵 심판 사건의 핵심과 관련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이미 증인 채택을 취소한 사람을 다시 부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고영태 녹음 파일' 일부를 심판정에서 직접 틀어보자는 요청에 대해서도 "이 사건의 쟁점이 아니다"며 기각했다. 대통령 변호인단은 건강상 이유로 이날 변론에 불출석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해 "24일에는 나올 수 있다"고 했으나 헌재는 "이번에도 불출석하면 증인 신청을 철회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느냐. 김기춘씨를 다시 부르지 않겠다"고 했다.
헌재의 '무더기 기각'에 박 대통령 변호인단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양측은 설전에 가까운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대통령 대리인단의 이동흡 변호사(전 헌법재판관)가 "(고영태 파일을) 심판정에서 재생하지 않겠다는 결정이 과연 형사소송 규칙에 합당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하자 이 사건 주심(主審)인 강일원 재판관은 "관련 파일은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기 때문에 틀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다.
대리인단의 김평우 변호사는 변론이 마무리될 무렵 "준비해온 게 있다. 다만 제가 당뇨가 있어서 점심을 먹고 난 뒤에…"라고 했다. 이에 이정미 대행은 "그렇다면 다음 변론 때 하시라"고 했지만 김 변호사는 "오늘 꼭 하겠다"고 맞섰다. 결국 이 대행은 "김 변호사님, 재판 진행은 저희가 합니다"며 다른 재판관들과 함께 심판정을 나섰다. 김 변호사는 "왜 변론을 막나. 왜 함부로 (재판을) 진행해요"라며 고함을 질렀다.
박 대통령 측 이중환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재판 진행이 공정성을 잃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상당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변호인이) 변론을 하겠다는데 못하게 제지하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고영태 증인 신청 등이 기각된 것에 대해서도 "상당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취재진이 "일전에 언급한 변호인단 중대 결심(총사퇴)이 아직 유효한가"라고 묻자 아무 말 없이 기자실을 떠났다.
한편 탄핵 소추위원인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출석을 할 경우 탄핵 사유 전반에 대해서 한 시간 내외로 질문할 내용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고자 : 조백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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