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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 그 생각밖에 없어요. 꾸준히 살아남자!"

음반사가 붙인 '젊은 거장'이란 수식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피아니스트 김선욱(29)은 이렇게 말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낯 뜨겁다"고도 했다. 21일 서울 광화문 문호아트홀에서 만난 그는 베토벤 소나타 32곡 가운데 가장 사랑받는 작품인 '비창' '월광' '열정'을 수록한 새 음반(악첸투스)을 들고 있었다. "음반 가게에 가면 수십 명 연주자의 같은 음반이 팔리고 있는데 요즘 들어 악보에 담긴 메시지는 건너뛴 채 느낌 가는 대로 하는 연주가 많은 것 같았어요. 그럼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뭘까' 고민하다가 악보를 더 많이 보게 됐고, 악보에 담긴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해보자 다짐했죠."

우리 나이로 서른을 맞은 그는 유독 생각이 많아 보였다. 연방 "계속 살아남아야"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해"를 되뇌었다. "고민이 많아요. 앞으로 2~3년간 할 연주는 잡혀 있지만 그 이후 제가 어떻게 될지는 예측이 전혀 안 되거든요. 활동을 이어가려면 그 2~3년 안에 연주를 잘해서 또 초청받아야 하는데…. 전 언제 사라질지 몰라요. 항상 불안을 안고 살죠."

열여덟이던 2006년 영국 리즈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한 김선욱은 국제 콩쿠르에 입상한 또래 피아니스트들 가운데 드물게 유럽에서 전문 연주자의 길을 걷고 있다. 런던 심포니, 필하모니아, 런던 필하모닉 등 유명 교향악단과 협연했고, 파리 살 플레옐과 런던 위그모어홀에서 독주회도 열었다. 오는 4월엔 맨체스터에서 마크 엘더 경이 이끄는 할레 오케스트라와 브람스 협주곡 2번을, 7월엔 서울에서 미하엘 잔덜링이 지휘하는 드레스덴 필하모닉과 브람스 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유망 콘서트 피아니스트로 자리 잡았지만 정작 그는 자신을 회사에서 대리나 과장쯤의 중간 관리자에 오른 30~40대 직장인에 빗댔다.

"세상엔 수많은 콩쿠르가 있고 매년 어린 연주자가 나와요. 하지만 그들이 서른이 되어도 사람들이 관심을 줄까요? 회의적이에요. 더 이상 참신한 신동이 아니고, 깊은 맛 나는 거장은 더더욱 아닐 테니까. 애매한 나이거든요." 그는 "그래서 더 매일매일 꾸준히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만 세 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다. 지금도 날마다 세 시간씩 연습한다. 그게 싫지도, 좋지도 않다고 했다. "밥 먹고 잠자는 것처럼 일상이 됐어요. 제겐 일요일이나 월요일이나 별반 다를 게 없죠." 그러나 그는 "그러다 보면 세월이 흐를 것"이라 했다. "잘하면 사람들은 절 찾아줄 거예요. 그렇게 예순 살, 일흔 살까지 연주할 수 있다면… 축복받은 삶일 거예요." 다부진 각오에서 한 겹 더 쌓인 깊이가 느껴졌다.

▷김선욱 피아노 리사이틀=3월 18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02)599-5743 기고자 : 김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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