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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문재인·안희정 후보가 21일 안 후보의 이른바 '선의(善意)' 발언으로 촉발된 '분노' 논쟁을 이어갔다. 문 후보는 "불의에 대한 분노 없이 정의(正義)는 없다"고 했고, 안 후보는 "정의의 마무리는 분노가 아닌 사랑"이라고 했다. 이번 논쟁은 "박근혜 대통령도 선한 의지로 좋은 정치를 하려다 뜻대로 안 된 것"이라는 안 후보의 지난 19일 발언에서 비롯됐다. 야권(野圈)에선 "단순한 말싸움이 아니라 두 후보가 그간 강조해온 '대청소론'(문)과 '대연정론'(안)의 연장선에 있다"며 "정치 상황을 보는 근본적인 시각차에서 나온 것"이라고 하고 있다.

안 후보가 19일 부산대에서 '선의' 발언을 하자, 문 후보는 20일 "안 후보의 선의 발언에 분노가 빠져 있다"고 했고, 안 후보는 곧바로 "지도자의 분노는 피바람을 일으킨다"며 맞대응했다. 논쟁은 21일에도 계속됐다. 문 후보는 오전 기자들에게 "불의에 대한 뜨거운 분노심 없이 어떻게 정의를 바로 세우겠느냐"며 "지금 우리 분노는 사람에 대한 증오가 아니지만 국민은 적폐 청산과 국가 대개혁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문 후보는 "그것은 정말 오래된 적폐에 대한 뜨거운 분노와 이를 타파하겠다는 강력한 의지 위에서만 가능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안 후보는 기자들에게 "분노는 정의의 출발점이기도 하지만 그 실천과 마무리는 역시 사랑"이라고 반박했다. 안 후보는 "저는 분노를 적극 표출하기보다 대한민국 최고 책임자로서 모든 갈등을 해결·해소하려는 사람"이라며 "그런 입장에서 모든 사람을 따뜻하게 이해하고 대화로 문제를 풀려는 자세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안 후보는 '선의 발언'에 대해선 "어떤 분의 말씀이라도 '액면가(額面價)'대로 선의로 받아들여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마음 다치고 아파하시는 분이 너무 많다"며 사과했다. 이에 대해 문 후보는 다시 "안희정 지사가 분노와 함께 사랑을 이야기했는데 아주 적절한 말"이라고 했다. 야당 관계자는 "대통령 탄핵 심판을 앞두고 두 사람 모두 이 문제로 확전할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야권에서는 두 후보 간 선의·분노 공방(攻防)이 이달 초 벌어졌던 대청소·대연정 논쟁과 맞닿아 있다고 해석한다. 문 후보는 작년 말 탄핵 정국 이후 국가 대청소와 적폐 청산을 주장해왔다. 자유한국당은 물론 거기서 갈라져 나온 바른정당도 청산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문 후보는 이날도 "기득권 세력과 적절히 손잡고 타협하는 방식으로는 우리 사회의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안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이루지 못한 대연정을 실현해 미완의 역사를 완성하겠다"고 주장하면서 집권 후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기존 야권은 물론 바른정당과도 연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이번 선의·분노 논쟁 또한 양측의 상반된 입장이 다시 한 번 확인된 결과라는 해석이 많다. 문 후보의 핵심 측근은 "문 후보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 사회에 드리워진 암덩어리를 모두 도려내야 한다는 상식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안 후보는 명확한 처방 없이 감정과 가치가 배제된 '유토피아'적 발상을 언급한다"고 했다. 그러나 안 후보의 핵심 측근은 "누가 집권해도 여소야대(與小野大)인 국회 상황에서 한 진영만으로는 국가 운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문 후보가 강조하는 분노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대연정과 선의 발언 논란으로 양측의 감정적 앙금도 커지고 있다. 문 후보 측은 "처음에는 안 후보가 중도층을 노려 유화적 발언을 하려니 했는데 요즘 보니 정말 우리와 생각이 크게 다른 것 아니냐는 의심마저 든다"고 했다. 안 후보 측은 "정치를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 차이를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 문재인·안희정의 '선의(善意)' 공방 기고자 : 최승현 박국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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